10월 13일
애초에 약속은 지리산 산행을 하기로 했었지만 멀리 나서기 곤란한 주말이라
진주 수목원에 다녀왔다. 어떻든 나무가 많은 곳에 가고 싶었으므로.
나선 길 초입에 기념 사진을 찍어놓지 않으면 딸이랑 사진 한 장 찍기 어려운 것이
요즘 현실이므로 맘 변하기 전에 기운 빠져서 힘들다고 하기 전에
얼른 사진부터 한 장 찍어놓고 본다.
아열대 식물들이 살고 있는 돔형 온실 안에서.
딸이 올해 부쩍 많이 자라서 조금만 더 자라면 내 키를 넘어서겠다.
코끼리 발처럼 생긴 둥치를 가진 저 나무는 술병야자였던가?
2차례 큰 태풍이 쓸고 간 뒤여서 바깥에 있는 나무들은 작년에 비해 많이 말랐다.
그래서 안에서 곱게 자란 푸릇푸릇한 잎들이 더 싱그럽게 보였다.
빨갛게 익은 덜꿩나무 열매.
메타쉐퀘이아가 길게 늘어선 길목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었다.
야생동물원 찾아가서 동물들 먹일거라며 집에서 사과며 배를 얇게 저며서
한 봉지 가득 들고 왔다. 정말 많이 싸왔다.
전날 밤에 BBC 다큐멘타리 중에 영장류 편을 재밌게 본 딸은
다람쥐 원숭이를 보고 눈을 떼지를 못했다.손가락 발가락 들먹이며 자세히 관찰했다.
배추 잎사귀를 손에 꼭쥐고 아주 맛나게 뜯어먹었다.
다음에 갈 때는 꼭 배추를 준비해가마!
야생동물원 울타리 안에 탐스럽게 피어있던 맨드라미
딸이 나무기둥 위에 올려준 배를 한 입 물고 서 있는 타조.
먹이를 안주면 나무 둥치를 막 쪼아대기도 한다.
새끼를 밴 이 염소는 너무나 먹성이 좋아서 다른 동물들은 잘 먹지 않던
배도 맛있게 잘 먹었다. 몇 번 먹이를 주다가 너무 달라고 보채니까 무섭다고 아이가 뒤로 물러섰다.
항상 갈 때마다 저 자리에 앉아 위엄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큰 사슴.
어린 사슴들만 철창 너머로 사람들이 내미는 먹이를 받아 먹곤 한다.
입에 맞지 않으면 그냥 뱉어버린다.
사과를 먹이다 사슴이 그다지 맛있게 먹는 것 같지 않아 자리를 옮겼다.
새끼 밴 염소를 다시 찾아가서 열심히 과일을 먹이고 옆에 구경하는 아이들 손에도
동물들에게 먹이라며 사과며 배를 쥐어줬다.
야생동물원 옆에 선 은행나무에 노란 열매가 보기 좋게 열렸다.
곧게 자란 나무가 가지런히 선 길이 참 좋다.
좀더 일찍 나섰더라면 쉬엄쉬엄 더 많은 나무 사이를 걷고 싶었다.
6시까지 나가라는 방송을 듣고 출구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저 잎들이 다 지기 전에 또 가고 싶다. 나는 나무가 많은 곳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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