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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10~2019>/<2015>

여름휴가

by 자 작 나 무 2015. 8. 9.

방학 전부터 올 여름방학엔 강원도 여행 가자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막상 여행 가기로 한 날이 가까워지니 이런저런 핑곗거리가 생겼다. 폭염주의보까지 내렸다는데 어디 멀리 나가서 돌아다니지 말자며 딸이랑 말을 맞추게 되었다.

 

그래도 실내에서 돌아다니며 구경할 수 있는 어딘가라도 가자고 했으나 역시 이젠 내 맘대로 여행지를 정하기엔 딸이 너무 커버렸는지 설득하기가 어려웠다. 영화 보고 쇼핑하고 맛있는 것 사 먹는 선에도 여름 여행을 가볍게 마무리했다.

 

아이맥스 관에서 '미션 임파서블'을 재밌게 보고, 딸이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러 다녔다. 그리곤 새 옷이며 신발을 사러 아울렛에 가자길래 몇 분만 걸어도 쓰러질 것 같던 한여름 더위에 쇼핑하러 갔다 왔다.

 

예쁜 옷 한 가지씩 사고, 교복 위에 덧입을 겨울 조끼를 산 것으로 딸과 나는 멀리 여행을 떠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같이 사진 한 장 찍자 해도 마다해서 사흘이나 밖에 있으면서도 사진 한 장 남기질 못했다. 이젠 방학하면 여행 가던 것도 이번이 이렇게 어영부영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제 다 커버린 것 같다.

 

멀리 가는 버스 안에서, 터미널에 내려서 택시를 타려고 줄 선 곳에서 그리고 나는 기억나지 않는 장소에서 나를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이 몇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러려니 하고 나는 그냥 넘기는데 딸은 그게 몹시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엄마! 도대체 그 아줌마들은 왜 그래? 왜 그렇게 기분 나쁘게 계속 엄마를 쳐다보냐고~! 내가 너무 기분 나빠서 엄마 대신 대놓고 막 쳐다봤어. 쏘아보니까 어쩔 수 없이 눈 돌리던데 그래도 기분 나빠!"

 

"예뻐서 쳐다본 건 아닌 것 같고, 엄마가 좀 이상하게 보이니? 왜 쳐다봤을까?"

 

이유가 궁금하다. 왜 내 모습을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 것일까. 이번엔 내가 보기엔 비슷한 인상이나 비슷한 느낌이 든 사람들이 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남의 시선을 즐길 만큼 자신감에 넘치거나 멋진 외모를 지니진 않았기 때문에 그 시선이 불편할 때도 있다. 딸과 동행한 곳에서 그런 경우엔 딸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니 내가 민망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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