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오늘은 딸의 음력 생일이다. 지난밤에 끓인 미역국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여서 딸 학교 보내 놓고 진주에 다녀왔다.
남강변에 잘 정리된 자전거 도로며 산책길을 힘닿는데 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하루에 만 보 이상 걷기를 목표로 세워서 여기저기 걸으러 다니다 보니 우리 동네를 떠나 좀 다른 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차 타고 지나며 본 것보다 훨씬 정비가 잘 되어 있다.
4월의 꽃 라일락을 보면서 4월에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3년 전 4월 16일은 마침 딸 생일이었다. 그날 아침 딸은 수학여행을 떠났고, 나는 중학교 1학년 담임으로 2박 3일 수련회 활동을 떠났다. 여러모로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다시 3년이 지났다. 곧 내 딸이 또 다른 수학여행을 떠난다. 그 해에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생각나서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내 딸은 이 즈음마다 생일이라 생일상을 받는데, 어느 집 아이들은 같은 날 제사상을 받겠구나 싶으니 마음이 무겁다.
3년 전 그날엔 영화 '퍼시픽 림'에 나오던 거대 로봇이 나타나서 가볍게 세월호를 들어 올려줬으면 좋겠다는 비현실적인 생각도 했다. 영화 속에 나오는 힘센 영웅 중 하나라도 존재한다면 그럴 때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더 나은 구조활동을 정말 할 수 없었을까...... 온갖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나와 하등의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사고 소식에도 그렇게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고 몇 달씩 우울했는데 자식을 하루아침에 잃은 부모들의 심정을 어땠을까. 내 자식 안고 등 툭툭 두들겨주며 고맙고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지난 시간과 아픔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잘못 꼬인 실타래를 풀어내어 그분들의 회한이 사그라들기를 바란다. 지난 시간들, 남은 시간들을 살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 것인가. 그들에게 삶의 끈을 놓지 않을 아주 사소한 희망이라도 한 가닥 건져낼 수 있기를 바란다. 상식이 통하고 불합리한 일들이 버젓이 행해지고, 잘못을 묵인하고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묵살하는 사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화사한 봄은 긴 겨울을 지나야 만 만날 수 있다. 한 때겠지만 겨울이 지나면 또 겨울이 아니라 봄이 와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