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드는 곳이 불구덩이인 줄 알면서도 뛰어든다면 참으로 어리석다. 살다 보면 앞으로 다가올 일이 어느 정도 계산이 되고 그다음에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도 충분히 계산되는데도 불구하고 어리석음으로 점철된 굳은 습관들을 버리지 못하고 카르마에 휩쓸린 행동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라서 그랬다면 무지한 까닭이라 하겠지만, 알면서도 그런 행동을 제어할 수 없다면 진정한 앎이 아니라고 믿어왔다.
'나만이라도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나도 다를 바 없는 얄팍하고 어리석은 인간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이라도 하듯 불나방처럼 앞에 놓인 덫에 뛰어들고 정해진 순서를 밟고 있다. 며칠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선잠을 자며 앓아서 몸과 정신이 동시에 피폐한 상태다.
가야 할 길이 보이는데 나는 자신을 벌하느라 몸을 혹사하고 비탄에 잠겨 사리 분별이 안 될 지경으로까지 자신을 내몰았다. 어느 순간 정말 내가 상상도 해보지 못한 나의 바닥은 어디인지 궁금했다. 더 추락하면 더 날아오를 구간이 생기니 좋은 것일까? 다시 날아오를 기운도 능력도 없으면서 끝없이 추락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과연 어디까지 떨어진 걸까?
훈습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음에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사는 게 낫다고 아집을 부리며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했다. 어리석음의 행보를 답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게 아니다. 퇴화하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돌아볼 수 없을 만큼 내 삶에 휘둘려 사는 것은 역시 더 불편한 일이다. 어제 나는 자신도 용납할 수 없을 만큼의 구업을 지었다. 더러워진 입을 헹구고 머리를 비우고 한동안 침묵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차라리 글로 쓰고 나 자신을 달래보려 애쓰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래, 차라리 글을 쓰자. 속이 아프고 힘들고 견딜 수 없으면 일기라도 쓰자.
글로 써서 생각을 정리하지 않고 마구 뱉어내는 말이 타인도 베고, 나 자신에게도 부메랑처럼 돌아와서 아프고 또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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