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았다, 배신당했다'는 감정은 더없이 자신을 초라하게 만든다. 처음엔 분노와 울분으로 시작해서 이해할 수 없는 상대의 말과 행동에 자신이 상처받았다고 악다구니를 쓴다. 상대를 비난하는 말을 쏟아내다 보면 마지막에 가 닿는 곳은 허튼 미안한 감정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다. 마무리는 진정한 자기 참회여야 한다.
분노로 가득 찬 얼굴을 누그러뜨리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면 바깥에서 생긴 일이라 할지라도 결국 내가 걸러내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쳐버린 말 한마디를 근원으로 그 일이 시작된 것이란 걸 알 수 있다.
누구의 잘못이 큰가를 따져서 될 일이 아니다. 결국 자신의 허물을 제대로 발견하고 진정한 참회를 해야만 이 문제가 마무리된다. 무릇 지혜로운 이는 번거로운 말과 행동이 오가기 전에 그 길을 선택할 것이나, 나처럼 머리가 덜 깬 가벼운 인간은 아집에 빠져 나만 옳다고 우기다 자신의 허물로 무너져 내려앉은 거대한 싱크홀과 마주하게 된다.
땅이 꺼져 내려앉아서 몇 마디 말로, 혹은 악어의 눈물 같은, 깊은 반성 없는 울부짖음 정도로는 막을 수 없다. 나는 비로소 내 이기심의 구덩이가 얼마나 컸던 것인지 발견하게 된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구멍 어딘가에서 시작한 이 어리석은 말과 행동의 덩어리를 제어하지 못하고 지난 생에 엮어놓은 악연을 악연으로 갚으려고 분개한다.
돌아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여도 이 악연의 고리를 깨지 못하고 이어가고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들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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