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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길 위에서<2018>

비오는 날 수국 핀 연화도를 걷다

by 자 작 나 무 2018. 7. 6.

잠시 비 오다 그칠 줄 알고 나섰다가 종일 비를 맞으며 돌아다녔다. 비옷도 입고 우산도 쓰고 다녔건만 팔에 화상으로 감은 붕대 안으로 물이 스며들어 상처가 덧났다. 비록 혼자였지만 주말에 사람들 붐비지 않을 때 꿈결처럼 아름답게 수국 핀 길을 걷고 와서 행복하다.

 

객실이 3가지 타입으로 구분되어 있던 욕지행 카페리호, 좌석형, 큰 방, 작은 방

 

욕지도 가기 전에 내려주는 연화도에 처음 가보기로 했다. 처음이 어렵지 다음은 이번보다 훨씬 쉽게 나설 맘이 생길 것이다.

 

예쁜 아가씨들이 너도 나도 새우깡으로 갈매기를 부른다.

 

 

연화도에서 통영 삼덕항으로 가는 배, 욕지도나 연화도 여객선은 통영 여객선터미널, 통영 삼덕 선착장 두 곳에서 탈 수 있다.

 

 

통영항에서 연화도와 욕지로를 운항하는 욕지 아일랜드호

화장실과 매점이 잘 갖춰져 있다.

 

 

 

 

콘크리트로 다 발라놓은 B코스를 선택해서 걷다 보면 5분 이내에 도착하는 연화사

 

연화사를 지나 조금 걷다 보면 선택의 기로에 선다.

 

나는 용머리해안을 보기 위해 보덕암으로.....

 

 

 

 

 

 

 

20대 초반의 예쁜 딸과 부모님이 함께 여행을 왔다. 가족사진을 찍어달라 청하셔서 말을 트고 오가며 몇 번 인사를 나눴다.

 

 

 

 

 

 

 

 

 

 

 

 

 

 

 

 

 

 

 

 

 

 

 

 

 

 

보덕암 앞에서 바라본 용머리 해안

 

 

 

 

 

 

 

 

 

 

 

 

 

 

 

 

 

 

이 광경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진 길에 섰더니 어디선가 치자꽃 향기가 난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의 진하고 매혹적인 향기다. 빗길에 미끄러지기라도 할까 봐 어지간히 걷다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그 향기가 나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끈다.

 

 

 

향기 나는 곳이 여기다. 마당에 꽃이 나무 그득 함박 핀 치자나무가 있다. 향이 그렇게 강한데도 자연에서 만들어진 향기엔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다. 사명대사가 머물며 수도했다는 터에 건물을 지어놨다. 처마 끝에서 차분하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다 수국을 보다가 바다를 바라봤다. 

 

뭔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든다. 남해 보리암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느꼈던 기분, 여수 향일암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느꼈던 기분..... 뭔지 모르게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비에 젖은 내 짐들을 다 내려놓고 물을 몇 모금 마셨다. 양산으로 쓰려고 들고 왔는데 우산으로 사용하게 됐다.

 

 

 

 

 

 

 

 

 

 

 

 

 

 

 

 

 

연세가 지긋하신 부부가 갈림길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막무가내로 그냥 가자고 우기는 남편에게 섭섭한 부인이 한 마디 하신다. 

 

"다시는 당신하고 오나 봐라...." 그래도 부럽다.

 

 

 

 

 

 

 

 

 

 

 

연화도 옆에 우도와 이어진 보도교. 걸어서 건널 수 있는 가장 긴 다리란다. 급히 개통해서 아직 보수 공사 중

 

 

 

통영으로 향하는 5시 배를 예매했으나 비도 계속 내리고 발에 물집이 잡혀서 1시간 먼저 나가기로 했다. 우도 트래킹은 다음 기회에.....

 

 

배가 지나갈 수 있게 높게 이어진 다리를 건너는 동안 비바람 때문에 우산 날아갈까 봐 우산은 손에 꼭 쥐고 앞만 보고 쏜살같이 걸었다.

 

 

도보 다리로 올라가는 계단이 너무 높다. 한 칸 높이가 보통 계단보다 높아서 무척 힘들었다.

 

 

 

통영항으로 가는 배 안에서 다리 쭉 뻗고 한숨 자려고 했건만, 등산복 입은 단체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술잔 주고받으며 어찌나 떠들던지 열 받아서 앞쪽 객실로 옮겼다. 꾸벅꾸벅 졸다 보니 통영 도착. 새벽에 늦게 잠들고 일찍 깨서 피곤했지만 오랜만에 꽃길을 걸어서 기분은 좋았다.

 

연화도라는 이름처럼 수국이 가득 핀 연화도는 연화세계 같았다. 주말에는 정신없어서 길이나 제대로 걸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비 오는 평일에 가본 연화도는 평화로웠다. 혼자 조용히 생각하며 걷기에도 좋고, 아무 생각 없이 바다를 바라보다 꽃을 바라보다 바람을 느끼며 걷기에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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