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함양상림공원
마침 날씨가 좋다. 저 멀리 지리산 능선 위로 뜬 구름 조차도 아름답다.
평일 낮에 가면 조용히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주말엔 너무 많은 사람들로 붐벼서 숲길 걷는 기분이 덜 난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붙어 자라서 한 몸이 된 듯한 연리목. 사람도 한데 어울려 인생을 함께 하려면 저렇게 연리목처럼 되어야 할까..... 뿌리는 다르지만 한 몸인듯.
이 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도 편안해진다.
곧 이곳에 연꽃이 만발할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와야겠다.
철 이른 코스모스도 한 그득 심어놨다. 꽃양귀비가 만발했다가 수그러든 뒤 코스모스가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이 또한 참으로 곱다.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사람들이 사진 찍느라 수레국화 무지를 아주 못 쓰게 해놓은 곳이 많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미리 준비해온 신문지 깔고 앉아서 점심으로 싸온 과일젤리를 먹었다. 다음에 온 사람들은 신발을 신고 올라가서 얄밉더라.
이 색깔이 너무 좋다. 푸른빛이 도는 이 수레국화 사이를 걷다보면 이 세상이 아닌 곳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가끔 어딘가에서 이런 꽃길을 걸어본 듯한 전생의 기억과 오버랩되는 착각까지.....
함양은 산세가 참 멋진 곳이다. 꽃도 곱지만 저 멀리 보이는 산자락이 멋있다. 함양에 도착한 뒤 문득 지리산에 오르고 싶었다.
구름, 파란 하늘, 해바라기 멋진 조합이다.
혼자 가느다랗게 우뚝 자란 해바라기를 보니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명을 붙여준 친구 생각이 난다.
때죽나무 꽃이 피는 5월에 오지 못한 게 아쉽다. 5월에 처음으로 때죽나무 꽃을 본 것은 아주 오래 전 보길도에 갔을 때다. 너무 먼 길이라 이제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언젠가 한 번 더 보길도 백록당에 찾아가보고 싶다.
인물 공원으로 향하는 길
바람이 많이 불어서 쓰고 있던 양산이 훌렁 날아갔다.
진성여왕 때 이 숲을 만들자고 건의 한 고운 최치원선생. 덕분에 강의 범람도 막고, 함양 농사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나도 덕분에 평지에서 숲길을 걸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당나라에 유학 가서 외국인들이 치르는 과거인 빈공과에 합격했어도 우리나라에선 신라의 신분제도였던 골품제 때문에 오를 수 있는 관직에 한계가 있었다.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나 총명하지만 6두품으로 살아야 했던 비운의 인물.
여기 올 때마다 딸은 그네를 탔다. 나는 한껏 밀어주고 사진을 찍어주곤 했는데 지난주에도 이번주에도 혼자 와서 그네를 쳐다보기만 했다.
내 앞에서 이 새가 한참을 지저귄다. 누굴 찾는 걸까.....
상림공원 앞엔 맛있는 음식을 팔 것 같은 음식점들이 많다. 혼자라서 그냥 지나쳤다. 늘봄공원에서 오곡밥 정식을 먹고 싶었지만, 혼자 가면 환영받지 못한다.
자연스레 자라난 들꽃무지가 마음에 들어서 찍었다. 유럽 여행 갔을 때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이런 비슷한 풍경을 본 적이 있다. 손질하지 않은 수수함, 자연스러움 그 자체.
디카 타이머로 찍은 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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