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새로 알게 된 선생님이랑 고성 남산공원에 바람 쐬러 갔다왔다. 많이 걸어서 몸은 피곤하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2010년 10월 마지막 날에 이 공원에 다녀간 뒤로 어언 8년 만에 처음이다. 그 사이 공원이 많이 변했다.
가마니를 깔아놓은 길가에 이미 꽃이 진 석산의 흔적이 남아있다.
함께 온 친구는 나처럼 가다가 보이는 꽃마다 쳐다보고 사진을 찍는다. 나는 앞서가다 내가 찍고 싶은 풍경 앞에 잠시 멈췄다 다시 함께 걷고......
능소화가 한창이었을 여름에도 이 길은 아름다웠겠다.
향기 좋고 고운 은목서가 한창이다.
언젠가 딸이랑 여러번 왔던 곳인데 너무 오랜만이라 이 곳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시계꽃처럼 생긴 보라빛 꽃의 화사함에 한참을 머물고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가 아쉬운 시각이지만 그래도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
새로 꽃을 피우려는 꽃봉오리가 열릴 즈음에 금세 다시 와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초봄에 목련이 떠난 자리엔 가을을 기다렸다 피는 이 열매는 또 얼마나 신기한지......
치자꽃 향기에 취해 기분이 한껏 오르고 또 오른다.
구절초가 소박한 미소로 가을이라 속삭인다.
가슴에 한아름 안고 가고 싶어 사진으로 안고 간다.
꽃보다 예쁜 열매들이 사랑스럽다.
짧은 가을의 정취를 오늘에야 제대로 느껴본다.
이 아름다운 공원에서 밤새 거닐고 싶을 만큼 기분이 좋아졌다.
태풍이 휩쓸고 간 뒤에도 살아남은 수국을 어루만져본다. 살짝 마른 꽃잎이 함께 손바닥 안에서 강아지처럼 짖는 것 같다. 다시 만나려면 한 해를 더 기다려야 하는 꽃잎을 촉감으로도 기억하고 싶다.
걷다 돌아본 길은 앞서 간 가을 기운을 품고 저 멀리서 그리움을 풀어놓고 아련하게 손짓한다.
많이 걷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마음이 말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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