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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10~2019>/<2019>

코드

by 자 작 나 무 2019. 6. 15.

사람마다 즐거움을 느끼는 코드가 다르다.

술 마시고, 춤추고, 노래 부르면서 느끼는 즐거움의 맛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겐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니다.

 

타인의 삶을 관찰하고 남들 하는 대로 살아보려고 노력한 적도 있다. 나름 노력한 바를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좁은 공간에 갇혀서 술 마시고 취해서 하는 대화 외엔 대화가 어려운 사람이랑은 오래 자주 보고 싶진 않다는 건 확실하다. 

 

역시 그랬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상대와 함께 어울려보려 애쓰는 것도 삶에 적응하는 일 중 하나라 여겼으나 꼭 그렇게 살진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래 겪어보지 않고도 나와 코드가 맞는 이에겐 힘들게 자신을 보여주려 애쓰지 않아도 통하는 바가 느껴질 것이다. 그 느낌을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하고 기웃거려 본 그들은 결국 어떻게든 이어질 수 없는 인연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딱 한 번 얼굴 보고 헤어지고 이렇게 냉담하게 다시는 연락하지 않는 깔끔한(?) 단절 현상이 자연스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그렇게 이상한 사람도 아닌데.........

 

 

 

꼭 이루거나 갖지 못하더라도 뭔가 가슴에 품고 있을 때 가라앉아 있는 에너지를 끌어올려 생활의 원동력으로 쓸 수 있다. 

 

맹맹하게 살다가 어느 순간 잊고 있던 그 느낌을 기억해냈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과하게 밝은 빛에 눈을 찡그리게 되어 인상을 쓰게 될 때조차, 내 마음도 따라 그간의 힘든 순간에 조금씩 주름진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어 그게 내 표정으로 굳어질까 하여 얼른 마음을 가다듬는다.

 

순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그 생각을 잠시만 머금어도 나도 모르게 살며시 미소 짓게 된다. 당분간 이렇게 버텨볼까 한다. 

 

굳이 시간 맞춰 어울릴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찾지 않고 내게 주어진 시간에 일하고 쉬고 거닐고 혼자 빈 벤치에 앉아 가만히 나뭇가지 사이로 드리운 햇살을 생명수처럼 마시는 6월.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는 죄를 지으며 여름을 맞는다.

 

 

 

 

단박에 눈이 커지고 사람이 다르게 보이는 그 코드가 뭔지 알고 있기에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라 판단해 버리면 그다음을 이어갈 수가 없다. 사랑이 억지로 생기지 않겠지만, 정들고 익숙해져서 수긍이 될 만큼의 애정이 생기면 어쩌면 덜 외롭게 인생을 이어갈 수도 있을 텐데.....

 

허튼 인연 만들어서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할 나이는 아니기도 하지만 그럴 사람조차 만날 수 없는 천혜의 유배지에서 내 삶은 이토록 어쩔 수 없이 고고한 척하며 사는 게 이제는 숙명이라도 되는 양 일기나 쓰며 혼자 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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