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바닷가에 산책을 나갔다.
가는 길에 천 원짜리 한 장을 주웠다.
어쩐지 어디든 자랑을 하고 싶었는데 말할 데가 없다.
이런 사소한 내 일상은 혼잣말로 묻히고
머리 속에서 맴돈다.
해질녘 나선 걸음이 바닷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돌아오면서도 마음이 물 드는 소리 따라 흔들렸다.
숱하게 혼자 걷던 길이다.
늘 돌아오는 길엔 흐트러졌던 마음을
단단히 동여매고 오려하지만
사람들이 보이는 건물이 있는 모퉁이를
돌아서며 붉은 빛이 바다에 어룽이는 걸
마주한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혼자 속으로 되뇌이는 말이
가슴에서 걸려 울음이 터져나온다.
그동안 그 길을 걸으며 어느 지점에선가
눈물이 나려고 할 때마다 잘 참았는데
오늘은 아무도 오지 않는 길목까지 가서
소리내어 엉엉 울 생각도 없었는데
눈물이 난다.
난 왜 이렇게 이런 날만 되면
가슴에 얼음덩이를 얹은 것처럼
시리고 외롭고 아플까......
이른 새벽에도 잠에서 깨서 혼자 울었다.
내 주변에 나를 챙겨주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어찌 표현하고 감사를 전할지
생각하다 북받쳐서 울었다.
그냥..... 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 힘으로 버티며 견디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혼자 걷는 바닷가엔 등 뒤로 따라오는 바람도
말없이 그냥 스치기만 한다.
누구 한 사람 내게 말을 건네는 이가 없다.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15년이 훌쩍 더 지나도록
그 길을 혼자 걸었어도 내내 그랬다.
일 년에 딱 하루, 아니 딱 이틀만
잘 견디면 그만인데.....
가을엔 그나마 달빛 아래 사진이라도
찍으러 나오니 견딜만 했다.
겨울엔 고아도 아닌 것이
딸이랑 둘이 사는 게 무슨 큰 흉이라고
가족들 사이에 끼지도 못한다.
오갈데 없는 걸음이
서럽게 바닷가를 훑는다.
'흐르는 섬 <2010~2019> > <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제 장례식장에 갔다가..... (0) | 2019.10.27 |
---|---|
코드 (0) | 2019.06.15 |
2월 3일 (0) | 2019.02.03 |
1월 31일 (0) | 2019.01.31 |
국수 먹은 힘으로..... (0) | 2019.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