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흐르는 섬 <2010~2019>/<2019>

환상의 섬 남해

by 자 작 나 무 2020. 3. 10.

2019년 10월

 

날씨가 너무 좋아서 설렜다. 삼천포에서 남해로 넘어가는 다리를 두 개 넘고, 남해 창선으로 이어진 다리까지 세 개의 다리를 건너야 갈 수 있는 곳.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버스에 몸을 싣고 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졌다.

 

 

 

남해 금산 아래에서 혼자 커피를 마셨다. 

너무 가파른 등산코스라 첫날부터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무릎이라도 삐끗하면 민폐 끼치게 될까 봐 첫날은 산 아래에서 커피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처음 보는 카페 사장님과 그 댁 부인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커피도 한 잔 더 마셨다.

 

 

 

 

둘째 날 저녁을 밖에서 먹기로 했다. 독일마을이 멀지 않은 곳이어서 그곳으로 가자고 청했다.

 

 

 

 

이제는 카페촌으로 변해버린 그곳에서 제일 눈에 드는 카페를 추천했다.

 

 

 

 

일행들이 내 선택에 다들 만족해하며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카페에서 선곡해준 '호텔 델루나' OST며 귀에 익은 감미로운 노래가 감성을 자극한다.

 

 

 

 

 

 

 

몇 가지 안주와 함께 시원하게 맥주 한 잔씩.....

 

 

 

 

 

 

 

 

 

 

나도 누군가와 함께 단둘이 저 의자에 앉아 맥주 마시며 손도 잡고 취기 오른 눈으로 함께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낭만적인 밤을 보내고픈 욕심이 드는 시간이었다. 

 

 

 

남해 물건숲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 언덕의 불빛이 여느 유흥가의 모습과 다를 바 없겠지만 다른 느낌으로 나를 자극한다. 

 

 

 

돌아오는 날, 사설 수련원 옆에 있던 바이킹을 탔다. 우리 반 학생들 사진 찍어주려고 함께 탔다가 나도 허리가 움찔움찔해지는 짜릿함을 만끽했다. 너무 재미나서 다른 반 차례에 한 번 더 탔다. 여선생들 6명 중 가장 어린(29살) 옆 반 담임이 고개 한 번 들지 못하고 머리를 숙이고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한 번 타고, 나는 입이 찢어질 듯 웃고 환호하며 바이킹용 비명까지 질러가며 두 번을 탔다. 

 

올라갔다 내려올 때 남해 앞바다의 오밀조밀한 섬과 멋진 풍경이 보이는 게 너무 좋았다. 새가 되어 날아올랐다 내려앉는 기분이라 생각하니 그 어마어마한 높이에서 내려앉는 순간이 두렵지 않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추억거리가 한 가지 더 생겼다. 내 뒷자리에 앉아 내 긴 머리카락에 뭔가 당한 것 같은 학생에겐 좀 미안하지만, 추억이 될만한 사진이 남아서 행복하다.

 

아직도 연애하고픈 생각이 불쑥불쑥 드는 걸 보니 나는 역시 밖으로 돌아다녀야 사람 같아진다. 가을바람 따라 떠돌고 싶다.

'흐르는 섬 <2010~2019> > <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년 3월 사진  (0) 2020.08.30
3월 16일  (0) 2020.03.11
어제 장례식장에 갔다가.....  (0) 2019.10.27
코드  (0) 2019.06.15
2월 5일  (0) 2019.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