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시아버지께서 오랜 병환으로 병원에 계시다 엊그제 돌아가셔서 어제 문상을 다녀왔다. 문상객이 좀 적을 시간 계산해서 오후 느지막이 저녁 시간 전에 갔더니 장례식장은 그다지 북적이지 않았다.
친구는 딸들이랑 내가 앉은 테이블에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딸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무렵 같은 동네 놀이터에서 만나서 알게 된 오랜 이웃이자 친구다.
친구네 남편이랑 그 댁 가족들까지 식구들이 많으니 혼자 분주하게 뭔가 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에 사실만큼 사시다 가신 분이라 비통하거나 많이 슬픈 분위기도 아니어서 마음 편하게 앉아서 주는 밥을 먹었다.
이상하게 장례식장에서 먹는 밥은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맛있게 잘 넘어간다. 참 별일이다. 전에 이웃집 할아버지 장례식장에 딸내미 데리고 갔더니 장례식장 밥이 너무 맛있다며 국에 밥을 척척 말아서 먹던 어린 내 딸의 말도 우습고, 어제 점심을 늦게 많이 먹고 갔는데도 흡사 굶은 사람처럼 주는 밥을 맛있게 먹은 나도 우습다.
그렇게 밥 잘 먹고 20대 중반인 그 집 두 딸과 이야기하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눈물이 삼켜지지 않아 결국 그 자리에서 울고 말았다. 초상집에 와서 우는 것이야 자연스러울 수도 있지만, 내가 울 자리는 아니었는데 밥 잘 먹고 뜬금없이 울었다.
내가 갑자기 길에서 교통사고라도 나서 죽기라도 한다면 혼자 남은 내 딸은 도대체 누구와 연락하여 내 장례를 치를 것인가 생각하니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눈물이 쏟아졌다.
딸이 가족을 이룰 때까지는 건강하게 잘 살아야겠다. 혼자 남겨질 것 생각하니 자꾸만 목이 메어 눈물이 삼켜지질 않았다.
내가 뒤늦게 시집이라도 가야 하려나..... 곧 딸이 홀로서기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 혼자 남겨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가족들과 분리되어 한 20년 고아처럼 살았는데 또 50년 그리 어찌 사나. 딸이 가족을 이루어서 혼자 남겨지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리고 잘 살아남아야 할 텐데 문득문득 마음이 무겁고 서글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