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그대가 떠준,
털스웨터를 가슴까지 끌러서 아이의 장갑을 만들었습니다.
이제야 당신의 마음이 손에 잡힙니다.
아이와 함께 한짝씩 그 마음을 나눕니다.
그 어린아이와 액자 속에서 한참 놀다 나른한 오후의 햇살을 보다가
아이가 휘저은 나이를 먹어서,
나는 한입 먹고 놔둔 사과처럼 붉어집니다.
초인종 소리를 듣고
노을을 집안에 잘못 들여놓기도 합니다.
세월이 흘러, 내 검은 구두에 주름살 생기고 그
구두 속으로 거꾸로 매달린 꽃잎이 메말라 떨어지고
요 앞, 담배가게까지 슬리퍼를 끌고 갔다 돌아오는 길
이웃의 꽃담장을 봅니다.
(십년 전 당신은 왜 저 꽃들처럼 수줍어 피었습니까)
묵묵히 집으로 오는길에
십 년동안 빈 우체통에 고갤 처박습니다.
저쪽 계란장수가 너무 크게 떠들어서 저쪽 삶을 다시 바라봅니다.
그쪽도 잘 있죠
- 이기인 詩. 〈십 년 만의 답장〉
어느 블로그에서 본 시가 좋아서 옮겨본다.
여행이 주는 여유는 돈으로는 살 수 없다. 직접 하고 느끼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풍요로움과 여유를 약간의 피로감과 바꾸고 돌아왔다.
전날 삶아서 우려놓은 닭 육수를 붓고 잘게 찢어놓은 고기에 조물조물 양념 무쳐서 삶은 당면과 곁들여 닭개장을 끓여냈다. 금세 부쳐낸 가지전에 열무김치 하나만 놓고 밥을 먹어도 한 가지 음식이 맛있으면 무척 감동한 표정으로 식사를 끝내는 딸의 찬사를 받고 우쭐해진다.
서늘해진 공기가 짧은 옷 입은 어깨를 자꾸 움츠러들게 한다. 긴 소매 옷을 덧입고 따뜻한 커피 한 잔 내려서 마시면서 쫓기지 않는 삶에 만족한다. 오랜만에 마음에 확 와닿는 시를 읽고 또 읽으며 가슴을 훑어내린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가능할 것이다. 때로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가 써놓은 시 한 편에, 누군가가 부른 노래 한 곡에, 혹은 아름다운 풍경에 위로받을 때가 있다.
그대,
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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