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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10월 29일

by 자 작 나 무 2020. 10. 29.

내일까지 대부분의 일은 점심 전에 끝난다.

오늘도 점심 먹고 나니 대부분 조퇴하셨다. 나 혼자 빈 연구실에서 빈둥거리기도 지겹고, 밖에 나가봐야 온통 내가 싫어하는 냄새가 역하게 나니 짜증 나고, 별 수 없이 뭔가 일을 시작해볼까 마음먹고 새로 커피 한 잔 내리고, 음악도 틀어놓고 잠시 앉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전화가 온다.

 

히말라야에 가자는 남 선생님 전화다. 얼마 전에 거기 한번 가보자는 말은 나왔지만, 시간이 마땅하지 않아서 갈 수가 없었는데 심심해서 죽기 일보 직전인 나를 구해주신다.

"히말라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좋아요~좋아요~좋아요~~~!!!"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동네 함양군 유림면 천왕봉로에 있는 찻집에 갔다. 정말 귀여운 똥강아지 두 마리가 우리를 반긴다.

 

다가와서 내 냄새를 콩콩 맡는다. 오전에 입고 출근했던 옷은 점심 먹고 나서 벗어버리고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있었다. 예정엔 없었지만 이미 놀러 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어릴 때 태어나서 20대 초반까지 살던 집 마당에서 늘 뛰어놀며 함께 자란 똥강아지에 익숙해서 얘들이 어쩐지 친근하다.

 

 

 

 

외국에서 제작한 것을 화물로 싣고 와서 설치했다고 한다.

 

원두를 수입해서 로스팅해서 판매하기도 한다는데 내가 사 먹기엔 값이 비싸다.

 

 

 

 

 

 

 

 

 

 

 

 

보이차로 시작해서 한 시간 가량 계속 찻잔을 채워주었다. 헛헛한 마음을 잠시 차의 온기로 데워본다.

 

 

 

 

 

 

한 시간 마신 차를 비우고 하늘 한 번 보고, 바람 한 번 쐬고.......

 

 

우리가 일어서려 할 무렵 출타하셨던 주인이 돌아오셨다. 아주머니께서 안 계실 땐 딸이 차를 내주고, 아주니께서 오시면 주인이 바뀐다. 직접 만들어서 냉동 보관했던 피자를 내주신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고 갖가지 달콤한 재료가 들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너무 맛있게 먹으며 추임새까지 한다며 남 선생님께서 나를 놀리신다.

 

피자 냄새를 맡고 잠시 들어왔던 똥강아지를 몰고 나가서 같이 놀다가

 

 

 

 

잠시 차 한 잔 하러 옆동네 왔던 걸음이 길어져서 서둘러 돌아가면서도 올 때와는 다른 길로 달리며 가을을 느꼈다.

 

그곳에선 괜찮았는데 산청에 돌아오니 다시 그 냄새가 역하게 난다. 창문을 열 수가 없어서 환기한 뒤에 피우려고 어젯밤 진주에서 돌아오는 길에 향을 한 통 샀다. 향 몇 개를 한꺼번에 피워놓고 방에서 나왔다. 단순히 이 냄새 때문에 이 동네에서 지내는 것이 이토록 싫어질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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