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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마무리

by 자 작 나 무 2020. 11. 1.

어제 바닷가에 달 보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동네 마트에 들렀더니 싱싱한 부추 한 단에 100원이라서 들고 왔다. 일주일 이상 시간이 지나면 채소 상태가 좋지 않아서 되도록 장을 보지 않을 참인데 냉장고에 남아있는 달걀을 처리하는 데 부추를 쓰기로 했다.

 

한 단 전부를 다 쓰지는 못하고 최대한 많은 부추를 썰어 넣고 달걀 8개를 다 깨서 달걀말이를 만들었다. 냉장고에 있던 유일한 채소 당근도 좀 넣고 함께 말았더니 생각보다 훨씬 맛이 괜찮다. 썰다가 몇 개를 집어먹었는지 한 입 먹으면 계속 먹게 된다.

 

집을 비운 동안 냉장고에선 무엇이 녹았는지 폭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더러운 것이 녹아내려서 냉장고를 해체해서 씻었다. 나도 혼자 이 집에 덩그라니 남는 게 싫은데 딸도 제 방이 따로 있으니 여기 와서 굳이 혼자 자고 싶지 않겠다. 이곳은 점점 보금자리의 역할은 사라지고 가끔 짐을 챙겨서 오가는 곳으로 변할 것 같다.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변수가 늘 생기기 마련이다. 

 

진주로 옮길 생각을 하긴 했지만 뜻밖에 산청에서 살 게 된 것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고, 내년에 일어날 일도 마찬가지.

 

*

옷방에 들어가 요즘 날씨에 입을만한 옷을 챙겨보니 트렌치코트만 종류대로 예닐곱 벌 된다. 손에 잡히는 대로 네 벌 고르고 모직 코트와 오리털 파카까지 외투 여섯 벌을 드라이 세제로 세탁했다. 레이온 블라우스는 예전에도 쪼그라들더니 이번에도 여지없이 물 닿으니 망가진다. 앞으로 레이온 블라우스는 세탁소에 맡겨야겠다.

 

*

이번 주말까지 입 꾹 다물고 지내라고 자신에게 경고문을 써놓고도 조절을 못 해서 이번에도 안 해도 될 말을 하고 감정에 휘둘려서 실수했다. 유난히 이 시기마다 자신이 거북하고 불편하다. 다음엔 지구에 태어나지 말아야겠다. 아예 태어나지 않을 수 있으면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르고.

 

*

두 달간 산청과 통영을 오가며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적응하고 한 달 뒤에 생길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가볍게 마음의 정리를 했다. 너무 열심히 할 필요가 없는 일은 적당히 열심히 하면 되고, 상황에 변화가 생기면 거기에 맞추면 된다. 오히려 내 주변 분들이 먼저 걱정하신다. 걱정한다고 문제가 생기지 않거나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양쪽 생활 적응 기간 만료. 애매한 중간인 같은 처세는 이 정도만 하면 되겠다.

 

그사이 내가 수습하지 못하고 생긴 문제는 은행용 공인인증서 기간이 만료되었다는 것. 재발급받으려니 OTP가 켜지지 않는다. 은행에 한 번 가야만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이런 사소한 문제 외엔 아직 별문제 없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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