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끼리 마스크 쓰고 있으니 얼굴을 몰라서 사진첩을 만들어서 준다. 이상하게 사진이 대체로 실물보다 못하다. 마스크 쓰고 있으니 사진을 봐도 누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간혹 식당에서 밥 먹을 때 얼굴 본 사람이 있긴 하다. 그 얼굴과 사진을 비교하니 정말 사진은 실물의 느낌을 표현하지 못하는 바보 같다. 예쁘고 잘생겨 보이는 게 문제가 아니다. 사진은 믿을 게 못된다.
준비한 것도 없는데 사진 파일 달라고 해서 휴대폰에 있던 증명사진 한 장을 보냈다. 아주 최근 사진은 아니고 적어도 지금처럼 살이 푸짐하게 붙기 전에 찍은 사진이어서 내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그냥 보냈다. 사진 편집한 사람도 내가 누군지도 모를 테니까.
앞으로 어디선가 봐도 내가 사진 속의 그 사람이라고 생각지도 못할 거다. 정말 신기한 것은 그 많은 사람 중에 나처럼 살짝 웃고 사진을 찍은 사진은 단 한 명 뿐이었다. 모두 입을 꾹 다물고 이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조금 웃는 표정이라도 지으면 큰일 날 사람처럼 딱딱하게 굳은 표정 일색이다. 여권 사진도 아닌데 좀 웃으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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