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펴놓고 볼 때마다 처음 에트르타의 코끼리처럼 생긴 바위를 보았을 때의 벅찬 감동이 되살아나곤 한다.
어쩜 이리도 울렁이는 느낌이 오래토록 지워지지 않는 것일까.....
늦게까지 해가 지지 않아 현지 시각으로 저녁 9시가 다 되었어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만큼 밝았다.
오후에 지베르니에 들렀다가 열심히 달려서 도착한 에트르타.
바닷가로 달려나와 수평선에서 바라보고 오른편으로는 아몽 절벽이 보인다.
아몽 절벽 위엔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교회가 있다.
저녁 8시가 넘어 9시가 다 되어 가던 시각
해가 거의 떨어지고 저 멀리 수평선 너머 아련하게 남은 빛이 꿈틀거리고 있다.
아발 절벽과 해변
쿠르베, 모네 등 많은 화가들이 이곳 에트르타의 전경을 그렸다.
어릴 때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암성'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 바로 이곳이란다.
나중에 꼭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시차를 극복할 때도 되었다지만 나는 자주 피곤함을 감출 수가 없어 꾸벅꾸벅 졸곤 했다.
일곱 살 내 딸은 에트르타의 풍광에 반해 너무나 흥분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피곤한데 계단을 감지한 순간 올라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여졌다.
그래서 일단 눈 앞에 보이는 코끼리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고 시작.
반대편에 있는 아몽 절벽보다는 아발 절벽 쪽을 선택했다.
조금만 올라가보기로 하고 퍽퍽한 다리를 이끌고 계단을 올라섰다.
날이 저물고 있던 시각이었고 지쳐서 저 너머 언덕에 올라보지 못하고 온 것이 참으로 아쉽다.
저 너머 언덕에 올라 걸어보기 위해서라도 꼭 다시 가야겠다.
아발 절벽 쪽에서 바라본 아몽 절벽.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슴이 뛰었다.
걸어 올라가는 길 오른쪽은 바다와 수평선이 펼쳐져 있고 왼편으론 골프장이 보였다.
그저 설레고 가슴이 벅차서 졸리던 것도 배고픈 것도 그만 잊고 한참을 걸었다.
계단을 봤을 땐 걸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아름다운 풍경 앞에 나도 모르게 다리가 움직여졌다.
나도 서둘러 빨리 구경하고 떠나야 하는 여행자가 아닌
저렇게 여유롭게 앉아 저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갈수만 있다면 저 멀리 대륙의 끝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끝없이 걷고 싶었다.
아....참으로 까마득한 절벽아래로 퍼런 바닷물이 보였다. 정말 떨어지면 뼈도 못추릴 것 같은 아찔함.....
나의 엉뚱함과 장난기는 의외의 곳에서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발휘되더라는.....
저 너머 바다 건너엔 영국이 있겠지. 넘어가는 해를 너무도 아쉬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아발 절벽을 따라 걷다 보면 뒷 모습은 이렇다.
한 마리 갈매기가 되어 바람을 타고 이 절벽과 바다를 끼고 날아보고 싶어진다.
그곳의 바람을 타고 함께 외다리 갈매기가 되어본다.
우리 동네 비둘기 같이 천연덕스러운 갈매기들이다. 사람들이 있어도 전혀 거리낌없이 하고픈 대로 한다.
언덕에서 내려온 다음 급하게 에트르타까지 달려오는 길에 들를 수 없었던 식당을 찾아야만 했다.
늦은 시각이라 가게들도 문을 닫았고 이곳 오래된 시장도 모두 닫혀 있었다.
6시만 넘으면 일제히 문을 닫는 대단한 동네다. 뾰족한 지붕 아래 있는 시계는 고장~
이렇게 배고플 땐 단 것 먹고 싶지 않은데, 문 열어놓은 가게가 술집 밖에 없는지라......
크레페를 먹었다. 초코렛을 듬뿍 발라줬다. 잘못 선택해서 그 아리도록 단맛이 통증처럼 느껴졌다.
불어를 알아야 말이지.....아는 게 쇼콜라 뿐이었나?
관광지 물가는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비싸기는 매한가지다. 예약없이 에트르타에서 숙박을 할 수도 없겠거니와
숙박비가 너무 비싼 관계로 휘둘러보고 떠나는 수 밖에 없다. 멀지 않은 곳에
르 아브르 라는 약간 큰 도시가 있어 그곳에 있는 체인형 호텔에 묵기로 했다.
노르망디 지방을 둘러보면서 그곳을 거점으로 잡고 조금씩 이동해서 하루 일정이 끝나면
묵었던 숙소로 돌아와서 하루를 마감하곤 했다. 일찍 부페식 조식을 제공하니 편리했다.
내 심장에 타오르던 불덩이가 바다 속으로 쑥 꺼져들어가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에트르타의 일몰.
바람이 되어 꿈결에라도 저 언덕을 호젓하게 거닐고 싶을 정도로 그곳은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일상을 벗어날 수 없는 이 자리에선 저 곳의 아쉬운 일몰마저도 감미롭기만 하다.
더 늦기 전에 다시 만나고픈 에트르타의 바다여~~~~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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