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 해서 죽는 것보다는 말하고 창피해서 죽는 게 나을지도 몰라. 그래서 오늘 흐린 하늘을 보며 편지를 썼다.
중학교 2학년 때 바로 앞에 있던 중학교에 다니던 J에서 건네줄 고백 편지를 쓰고 또 쓰고 결국 졸업할 때까지 한 통도 건네지 못한 내가 이 정도면 많이 발전한 거다.
만날 수 없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이 나이엔 차라리 형벌이지. 하루하루 늙어가는 마당에 이런 서글픈 짝사랑은 그만 접고 싶은데 이 감정이 향할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감정이란 게 그 자리에서 멈춰지지 않았다.
내가 한심해서 미칠 것 같지만, 출구 없이 면면히 이어지는 이 감정을 제어할 수 없는 이 상태가 더 미칠 것 같아서 차라리 한 번 더 창피해져서 그것 때문에 죽는 게 더 나을까? 아닐까?
이미 돌은 던졌다. 상대에겐 그조차도 일종의 폭력일 수 있다. 그래서 미안하고, 안타깝고 아쉽고...... 어렵다.
한없이 작아지다가 눈앞이 캄캄해지고 계산도 못하는 바보가 된다.
'흐르는 섬 <2020~2024> > <2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제 밤잠 좀 잘 수 있으려나 (0) | 2021.06.30 |
---|---|
6월 30일 (0) | 2021.06.30 |
널 사랑하지 않아 (0) | 2021.06.29 |
프리즘 (0) | 2021.06.29 |
6월 28일 (0) | 2021.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