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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6월 30일

by 자 작 나 무 2021. 6. 30.

달걀 8개 깨서 만든 달걀말이를 거의 다 집어 먹고 반성하는 의미로 억지로 해 질 녘에 동네 공원에 걸으러 나갔다. 처음 통화하는 카페 친구와 한 시간 넘게 통화했다. 온라인으로는 꽤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였지만 딱히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진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녀가 제주에 차린 가게의 어린 고용인이 배신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연을 읽고 내가 폭풍 공감 댓글을 쓴 것을 계기로 동갑인 그 친구와 단숨에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여차여차해서 나를 위로해주고 싶은지 전화하라고 공개적으로 전화번호를 띄워놔서 퇴근하고 저녁에 산책하러 나가서 전화를 걸어봤다. 아, 이야기하다 보니 학연이 있다. 단대는 다르지만 같은 대학교에 다녀서 어떻든 대학 캠퍼스에서 오며 가며 어쩌면 옷깃 몇 번은 스쳤을 인연이다.

 

역시 비슷한 연배의 싱글끼리는 꽤 이야기가 통한다. 한참 시간 가는줄 모르고 통화했다. 좀 홀가분해진 상태로 돌아와서는 이메일 보낸 게 못내 후회가 됐지만, 발신 취소를 누를 수 없는 메일 서버로 이미 날아가버린 내 이메일은 어쩔 수 없는 사고가 됐다.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을 배려하지 않고 내 감정만 쏟은 한심한 이메일은 그냥 내 감정풀이용이었던 거다. 난 철들려면 아무래도 연애를 좀 해야겠다. 남자를 알아야 진도를 나가지.

 

*

예쁘고 날씬한 그 친구가 살 빼는 약 지어주는 병원도 알려주고, 남자를 만날 수 있다는 데이트 앱도 추천해줬다. 과연 정보를 얻으려면 사람과 대화를 해야 하는 거다. 근데 내가 그 정보를 쓸 수 있기나 할까 모르겠다.

 

검사 결과 별 이상 없고, 실제로 아픈 데도 없으니 이제 아프다고 엄살도 못 부리겠고.......

간사한 마음이 슬슬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한다. 그래도 어찌 데이트 앱까지 깔아서 쓰나.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은 사람 만날 기회도 만들지 못하고 이렇게 살다가 그냥 늙어 죽는 게 아닌가 생각하니 살짝 억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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