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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시집을 찾다가......

by 자 작 나 무 2021. 9. 2.

문득 김수영의 시를 읽고 싶었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것이 아닌 시집을 들고 활자가 박힌 종이 냄새를 맡고 싶었다. 빌려 가는 이 없이 도서관 어딘가에서 묵은내 품고 있을 시집을 고르러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갔다.

 

학교 도서관은 좁고 답답했다. 책장과 책장의 간격이 너무 좁아서 한 사람이 그사이에 서 있기에 빠듯했다. 아랫단까지 샅샅이 뒤져서 읽고 싶은 책을 찾느라고 결국 한참은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누군가 나처럼 시 한 편 읽겠다고 책장을 훑다가 문득 그 좁고 답답함에 서글퍼질까. 그 좁고 답답한 책장과 책장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살짝 지쳤다. 김수영 전집을 찾기 전에 박경리 유고시집을 고르고 함민복, 나태주, 천상병 시인의 시집을 찾았다.

 

살짝 물기 어린 마음으로 시집을 안고 사무실로 돌아가는데 눈앞이 침침해진다. 마음이 아득하게 어딘가로 이어진 통로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다. 어떻게 완전 시골도 아닌 공립 고등학교 서가가 이렇게 좁고 답답한 공간밖에 품을 수 없었을까.

 

책을 더 들여와도 이렇게 쪼그리고 앉아서 아래 칸에 든 책을 고를라치면 등 뒤에 있는 책과 부딪힐 수도 있을 만큼의 촘촘한...... 책장 사이에서 지쳐서 눈이 침침해졌다. 마음이 침침해졌다.

 

정말 오랜만에 숨을 고르고 박경리 유고 시집에서 찾은 시 한 편을 베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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