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을 세우고 있었다. 낯선 사람 앞에서 행여 내 마음에 생채기 한 줄이라도 날까 싶어 잔뜩 허세로 부풀린 몸으로 상처 받지 않으려는 몸부림처럼 말을 날카롭게 허투루 뱉었다. 혼자 있을 때 나와, 타인과 함께 뭔가 주고받아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때의 나는 정말 다른 사람이었다.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몸이 먼저 알고 보이지 않는 칼날을 세운다. 단어 하나하나에 공격적이다.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이었던가?
덕분에 나답지 못한 일그러진 나의 일면, 방어와 공격성을 동시에 지닌 불쌍한 나를 목격했다.
그냥 내버려 둬야겠다. 나는 그냥 나인대로 살면 그만인데 무엇이 그렇게 어렵고 두려운 것인지.......
마음을 열었는데 상대가 나를 밀칠까 봐, 마음을 열었는데 상대가 내 맘에 차는 사람이 아닐까 봐, 마음을 열었는데 내게 상처 줄까 봐...... 혹은 내가 상처 줄까 봐.
마음을 열어서는 안 되는 어림도 없는 상대를 알아보지 못하고 또 속을 것이 두렵다면 아무도 만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참 알 수 없는 존재다. 바라는 바를 드러내지 않는 얄팍한 상대를 나도 모르게 알아본다. 갸우뚱한 것은 그런 까닭이겠지.
그래도 타인에게 상처가 될만한 말은 하지 말자. 생각조차 하지 말자. 그냥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그만이지 꼭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다. 쓸데 없는 말로 죄짓지 말자. 혹시나는 역시나로 끝나는 게 진리야.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따지고 묻고 비틀고 불편한 거다. 알면서 괜히 그게 아니라고 신경 쓰고 애쓰지 말자. 그렇게 곤두세우고 신경 쓰일 정도면 아닌 거지.
어디로 이끌어도 묻지 않고도 따라나설 정도는 돼야지.
'흐르는 섬 <2020~2024> > <2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 11일 (0) | 2021.09.11 |
---|---|
문이 열리지 않아서..... (0) | 2021.09.07 |
바보, 꽃잎에 물들다 (0) | 2021.09.05 |
시집을 찾다가...... (0) | 2021.09.02 |
수정, 추가, 과부하 (0) | 2021.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