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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바보, 꽃잎에 물들다

by 자 작 나 무 2021. 9. 5.

바보, 꽃잎에 물들다

 

 

그냥 물들면 되는 것을

그냥 살포시 안기면 되는 것을

저절로 물이 들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을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로만 요란하였구나

그만, 바보짓을 하였구나

 

그냥 물들면 되는 것을

노을이 하늘에 물드는 것처럼

꽃에 꽃물이 드는 것처럼

 

그냥 꽃잎에 기대어

가만히 가만히 물들면 되는 것을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고

그냥 당신에게 물들면 되는 것을

 

 

詩 김시천 

 

 

 

물드는 것, 사람에게 물드는 것

나에겐 영영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섬 너머 바깥세상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곳이 피안인가. 

 

창을 열지 않아도 넘나드는 풀벌레 소리가 시원하다.

너는 무엇이 그토록 애절하여 이리 쉼 없이 

무언가를 부르고 또 부르는 것인지.......

 

나에게 남아있는 이 열망은 삶을 윤택하게 하는 활력소가 될 것인지 가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망으로 나를 시들게 하는 독소가 될 것인지, 선택은 내가 하는 거다. 마음에 그늘지는 것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워할 대상이 없으니 풀벌레 소리에도 가슴에 사락사락 빗질하는 소리가 난다. 이른 새벽 싸리비로 마당 쓸던 그 산사에서 맞던 아침의 기억처럼 이미 이생에 만나야 할 인연은 다 만나서 더는 만나고 이어질 연이 없는지도 모른다.

 

현관에 둔 옷걸이를 밟은 저녁

나도 모르게 울컥......

혼자인 밤은

폐.허.

감정은 한없이 여리고 허술하지만,

 

바람이다.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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