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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옛날 사람

by 자 작 나 무 2021. 9. 12.

자신이 아는 것만 옳다고 주장한다. 그것에만 안주하고 싶어 한다. 그 외의 것은 눈밖에서 맴돌다 사라진다. 자신이 경험한 세상 외엔 관심 없다. 때로는 그래서 꼰대 소리 듣는다.

 

상대주의와 보편주의의 개념을 가르치다가 문득 생각났다. 내가 왜 소위 말해 '옛날 사람'이라고 불리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지. 다른 세대의 생활과 문화에 대해 배척하는 기질과 자기 문화만이 최고라는 믿음이 투철하다. 어디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다.

 

나이 들고 생각이 견고해지면 깨지기 어렵다. 그래서 말랑말랑한 시기에 깨달음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로 마무리.

오늘 붙이는 사진은 오스트리아 스와로브스키 본사 전시관 입구. 2013년 8월

 

 

*

전공 강의로 초기 불교 공부를 시작한 딸과 통화하면서 그런 대화를 했다. 어떻게 만인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아들도 있는 석가모니가 출가할 생각을 했는지. 전생에 이미 많은 것을 알고 마지막 생으로 태어났기에 가능했을 거라고 했더니 수긍한다. 

 

대화의 폭이 깊고 넓어질 수 있음에 감사하다. 딸이 어쩌다 보니 그 공부를 하며 용어가 죄다 산스크리트어나 한자여서 뜻이 어렵다고 말한다. 나에겐 익숙한 말이니 내게 궁금한 것을 물어도 좋다고 했더니 꼰대 교수님 이야기를 꺼냈다. 옛날 사람, 꼰대의 교집합 부분을 다 갖추신 분을 어떻게 감내할지 작전을 짜는 데 말을 보탰다.

 

*

가르치면서 배우고, 고개 끄덕이게 되는 순간이 지금 내 삶에 꼭 필요한 계획이었을까. 그래서 지금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훈습에 굴복하여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가는 일이 없도록. 퇴보하지 않도록 점검하는 일.

 

역시 글을 써야 생각이 정리된다. 이성적인 생각은 감정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눕혀야 가지런하게 자리를 낸다. 이렇게 살아온 내가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고여서 썩는 물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자.

 

어젯밤에 미리 삶아둔 달걀 두 개를 먹고 커피 내리면서 아침에 쓰는 일기

 

 

 

오늘 아침에 문득 생각나서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를 듣다가 유튜브 계속 검색하기 귀찮아서 옮겨 놓는 노래. 이 영상은 '인연, 그중에 그대를 만나' 두 곡을 붙여놔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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