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하다는 표현보다 소박하게 '담담하게'라고 쓰려니 남은 내 인생이 짧지는 않겠다. 여태 산 것보다 긴 인생을 혼자 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하면 혼자 살아야 할 쓸쓸함에 담대하다는 표현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들추어보니 나이 들어서 짝없는 사람은 많더라만 어디서 어떻게 함께 어우러져 살 사람을 찾고 만날 수 있을까.
일찍 깬 주말,
찾으면 일거리는 쌓였다. 거실에도 공부방에도 옷방에도 넘치는 물건을 정리해서 버리는 일이 늘 남아있는 내 일이다.
조금 더 눈 감고 쉬고 싶다.
딸 보내고 혼자인 삶에 익숙해지기 위해 발버둥 친 거다. 한 열흘 남짓 9월에 적응하느라 마음이 몸살을 앓았다.
책장에 쌓인 책이나 한 권씩 읽어 없애야지. 도서관 개관하기 전에 차례로 반납하려면 읽어야지.
그런데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니 밖에 나가고 싶다. 여행 가고 싶다.
리기산에 올라갔다가 로프웨이를 타고 베기스에서 건너편으로 가는 배를 탈 계획이었다. 그때 마을 구경하며 남긴 사진
산과 물이 함께 있는 곳이 좋다. 스위스 호숫가 마을이 다 좋았던 게 그런 까닭이겠지. 여행할 수 없으니 오늘 문득 그리운 여행지 사진이라도 꺼내 보며 마음 달래본다. 한동안 이렇게 버티고, 읽으려고 계획했던 그 책은 몇 장씩이라도 꼭 읽어야겠다.
내 삶이 그러했듯이 이렇게 살다 보면 살아진다. 여행 함께 갔던 친구가 문득 그리운 날.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조차 묻지 못하는 소심한 나에게 눈물은 그리움인지 슬픔인지 모르겠다.
인위적인 것, 가식은 아니지만 그렇게 느껴지는 것을 걷어내야지. 허위의식에 가득 찬 허세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람. 그깟 외로움이라고 표현하기엔 큰 장벽이지만, 그깟 외로움 때문에 해서는 안 될 짓은 하지 말아야지. 애쓰지 말고, 생각은 글로 흘려보내자.
*
무나물 - 조개, 홍합, 새우 등을 사서 국물을 만들고 무를 들기름에 볶아내서 준비하기.
콩나물
미역나물
두부 탕국
딸이 좋아하는 명절 음식 중에 나물 몇 가지를 할까 생각하니 떠오르는 것이 저런 것이다. 수요일쯤 동네 마트라도 가서 며칠 먹을 나물거리 장만하고 1차 고사 원안이나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마음이 울렁이는 것을 보니 명절이구나. 마음을 어디에 걸어두어야 할지.
결론은 쓸데 없는 욕심 부리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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