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하고 퇴근길에 건널목에서 신호에 걸려서 버스 한 대를 놓쳤다.
다음 버스는 30분 뒤에 온다. 피곤한 시각이어서 기다릴 수가 없어서 다른 노선버스를 탔다. 하필 오늘 직원 단체 사진 찍느라고 정장 입고 생전 안 신고 다니던 하이힐까지 신어서 걸음이 엉거주춤한 밤, 피곤해서 목이 꺾이도록 고개를 젖히고 잠든 젊은이가 나를 내려주고 떠나는 버스 뒷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피곤하게 열심히 살아봐야 소용없어.
부모 잘 만나야 퇴직금 50억 받고 팔자 고치는 거지. 열심히 살아봐야 뭐가 남아? 집세도 겨우 내고 사는걸. 잠시 조는 사이에 단꿈이라도 꾸기를.
내 발엔 불편하지만 예뻐 보이는 구두가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나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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