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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정언 명령

by 자 작 나 무 2021. 11. 1.

11월 1일 퇴근길에 충무교에서 바라본 통영대교

미세먼지도 한몫하고 애매한 내 휴대폰 카메라도 한몫한 애매한 사진 - 휴대폰 바꿀 핑곗거리로 배터리 수명이 다한 것뿐만 아니라 해가 저렇게 밖에 나오지 않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카메라 탓하고 새 것으로 이제 바꿀 때가 됐다.

시월 마지막 날, 다른 세계로 열었던 문을 닫았다. 그동안 충분히 두리번거렸다.

 

시월 한 달 동안 주말에 빠짐없이 밖으로 떠돌며 외롭지 않게 지내려고 애썼지만, 혼자 여행하는 것으로는 그 갈증이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재삼 확인했다. 사람이 그리운 거다. 눈높이가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누군가 일러준 말을 듣고 허투루 만들었던 아이디를 삭제하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그 세상으로 열린 문도 닫았다. 이제 두 달 남짓 남은 시간 동안 나는 또 얼마나 변할지 알 수 없지만,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 일은 하지 말아야 하고, 잘못한 줄 알면서도 그 잘못을 반복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허수아비 같은 존재가 일러준 말은 허수아비의 말과 다를 바 없는 무가치하고, 몰상식한 일이었다. 사소한 것이어도 앞으론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 몰라도 좋은 일을 알아서 좋은 것 없다. 남의 허물을 탓하기 전에 내 허물부터 벗겨야 하는 거다. 

 

칸트의 정언 명령에 관해서 설명하다가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어제 내가 결정한 것은 진작에 해야 했다.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일도 있고, 잘못된 것을 알았다면 바로 고쳐야 하는데 한동안 무신경하게 내버려 뒀다. 알면서 내버려 둔 것은 내 잘못이고,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반성해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할 일도 아니고 큰일은 아니지만 내가 아는 내 잘못이니까 응당 그래야 한다. 그래야 진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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