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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산청 '잘참'에서의 하룻밤

by 자 작 나 무 2021. 11. 18.

11월 17일~ 18일

진주에서 저녁 먹고 막차 타고 집에 가려니 어쩐지 아쉽다. 혼자 집에서 덩그러니 다음날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를 맞는 것도 생각에 걸렸다.

그래서..... 작년에 같은 학교 같은 연구실을 쓰던 인연으로 알게 된 남** 선생님 댁에서 운영하시는 한옥 숙소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다.

진주에서 같이 저녁 먹고 산청으로 왔다. 내가 묵을 방

 

미리 예약한 것이 아니라 저녁에 카페에 앉아서 커피 마시면서 즉흥적으로 뱉은 말이었는데도 흔쾌히 하루 묵게 해 주셨다.

 

정갈한 방이 마음에 든다.

 

늦게 도착하여 공기가 차다. 이부자리를 깔고 보일러를 돌려놓고 다이닝룸에서 차를 마셨다.

 

한옥에서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딸내미 데리고 한옥 체험(?)하러 여기 함께 올까 싶다. 자전거 빌려서 주변도 둘러보고 하루 묵으면 좋겠다. 문풍지 사이로 찬바람 솔솔 들던 어린 시절을 겪은 사람이라면 바닥은 따뜻해도 얼굴은 시원한 한옥에서의 하룻밤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적당할 테다.

 

딸이 여섯 살에 보길도 여행 갔다가 초여름에 한옥에 묵은 적이 있다. 바닥에 불 넣어야 할 계절에 따뜻한 아랫목과 옛날 이불, 한지 너머로 새어드는 달빛까지 경험해 보면 그 정서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까......

 

혼자 막연하게 떠올리는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지 못하는 정서를 이어 붙이기 위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내 욕심이겠지만. 한옥의 고급스러움과 우아함, 소박하고 정갈한 느낌을 알려주고 싶다.

 

지리산이 보이는 산청군 시천면에 달 뜬 풍경은 흡사 동화 속 한 장면 같다.

 

여기는 숙소에 묵는 분들이 식사할 수 있는 공간.

 

어제는 나 혼자뿐이었다.

 

보이차를 내주시고는 남 선생님은 댁으로 돌아가시고........

 

나는 이것을 보안 장치로 둔 방에서 혼자 길고 긴 밤을 보냈다.

 

 

물 마시러 아침 일찍 다이닝룸에 가려고 일어났다.

 

혼자 생각이 많아서 잠을 푹 못 자서 커피 한 잔 내렸다.

 

방바닥은 따끈따끈했는데 내 머릿속에 오가는 생각을 글로 정리하지 않으니 어쩐지 자꾸만 이런저런 생각이 주렁주렁 이어졌다.

 

아침 뉴스를 듣고 다시 잠들까 하던 참에 아침식사 준비를 해서 가져오신 남 선생님께서 도착하셨다는 문자를 받았다.

 

 

세수만 하고 쪼르르 달려가 보니 이렇게 맛있는 아침상을 차리고 계셨다.

 

예쁜 도자기 그릇에 담긴 음식을 보니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지인 할인 찬스로 자주 오고 싶다. 이런 깔끔하고 간 심심한 음식이 좋다.

 

집에서 직접 담근 집간장으로 간을 하고 유기농 재료로 정성 들여 만든 찬으로 차린 상이 기분 좋다.

 

겨울에 눈 왔을 때 군불 땐 방에서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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