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흐르는 섬 <2020~2024>/<2022>

인터넷 일시중지 신청

by 자 작 나 무 2022. 2. 27.

1년 동안 집을 비우는데 인터넷 요금이 월 3만 원정도 1년 그냥 버리면 총 36만 원의 손해를 본다. KT 인터넷 요금 일지정지는 90일간 가능하다는 사실을 검색으로 알아냈다.

 

KT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오늘 90일 일시정지 신청을 했다.

 

원룸은 인터넷 사용요금이 관리비에 포함된다. 살던 집에 전기세, 가스비 기본요금은 내야 할 것이고, 물을 사용하지 않으니 그 집도 관리요금 명목으로 받던 월세를 좀 깎아달라고 내일쯤 전화해야겠다.

 

아직 짐 정리는 덜 했지만, 여기에서 살 마음의 준비가 얼추 된 것 같다. 딸이 어제 짐 옮겨주면서 망가뜨리고 간 블라인드를 새것으로 주문했다. 평소에 잘 쓰던 줄자가 없어서 아쉬웠다. 내게 필요한 잡동사니가 다 있는 그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한 번씩 가서 정리해서 버리고 와야겠다.

 

그렇게 천천히 정리하고 딸이 대학 졸업하고 다른 도시로 옮겨야 할 때 가볍게 이사할 수 있게 천천히 준비해야겠다. 딸이 대학 1학년 때 쓰던 원룸은 비인간적이라고 할 만큼 좁았는데 여긴 그래도 공간이 두 곳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방문을 닫고 잘 수 있다.

 

그래도 어쩐지 답답해서 열었다가 닫았다가 한다.

 

*

나무 사서 본드 칠하고, 나사 연결하고, 스테인과 페인트 칠해서 완성한 벤치를 하나 들고 왔다. 그 외 두어 가지 소소한 나무 가구를 들고 와서 유용하게 쓴다. 밥상 겸 책상은 필요해서 오늘 인터넷으로 열심히 뒤져서 다리를 분리하여 따로 보관할 수 있는 물건을 골랐다. 

 

생활의 변화가 생긴 것에 감사하고, 이렇게 집을 옮겨서라도 1년 일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해야겠다. 

 

*

여자 친구 세 명에게 각각 연락했다. 한 친구는 중고차를 소개해줬고, 한 친구는 그 중고차가 사도 좋을 것인지 가격과 성능과 관련한 문제를 제삼자에게 물어서 알려줬다. 그리고 한 친구는 적당한 가격대에 중고차를 살 수 있는 사이트를 검색해서 적당한 차를 골라주겠노라고 했다.

 

평소에도 자주 연락하는 세 친구가 자기 일처럼 내 사소한 문제를 두고 그렇게 신경 써주는 게 참 고맙다. 다른 친구들은 바빠서 연락해서 귀찮게 할 수가 없고, 남편이 없거나, 남편에게서 자유로운 친구를 골라서 연락했다. 그러고 보니 평소에 종종 연락해서 밥을 같이 먹는 친구들이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사소한 것 같지만 사소한 일이 아닌 거다. 

 

*

2월엔 몸을 여러모로 혹사해서 대가를 제대로 치른다. 몸 상태가 좀 나아지면 해야 할 일이 정신 없이 쏟아질 예정이니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

좁은 집에 물건이 점점 늘어난다.

2020년 1월에 부산에서 한달살이 할 때 가져간 물건이 너무 많았다고 딸이 툴툴거렸다. 그때는 한달만 살았고, 12월에 무슨 수술인가를 받고서 몸이 너무 안 좋은 상태에서 그 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곳에 출퇴근하며 돌아와서 장 보고 집안 일을 할 수가 없어서 계속 배달음식을 먹었다.

 

사지 멀쩡한 저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내게 그런 말을 할 처지가 아니었을 텐데 지금 생각하니 철이 없어도 어지간히 철이 없었던 모양이다.

 

올해는 한 해를 여기서 꼬박 살아내야 하고, 혼자 계속 배달음식을 먹을 수는 없으니 끼니 해결하려면 한 번을 해 먹거나 백 번을 해 먹거나 있을 것은 있어야 하는 거다. 집에 가보니 그때 옮겨 다니면서 짐을 싸서 나갔다가 들어오기를 반복하는 삶을 몇 해 사는 동안 온통 잡다한 짐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다.

 

건물 외벽에 문제가 생겨서 방에 곰팡이가 피고 20년 넘은 그 집 방바닥은 다 깨져서 내려앉을 지경인데 우리가 이사들어서 집 주인이 두 번 바뀔 동안 17년이나 살았다. 도배나 장판 한 번 갈아주지 않고 처음부터 그렇게 살았으니 집 꼴이 말이 아니다.

 

직접 사다 바른 파란색 벽지나 연두색 벽지, 시트지 등으로 셀프 인테리어 하고 여태 버텼지만, 장판은 어쩔 수 없었다. 올 여름을 기점으로 짐 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변화가 생길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 그 기반을 갖추려고 이렇게 필요한 짐만 들고 나오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의지의 일부가 현실화 하는 것이다.

 

작년에 생각한 것이 그대로 이뤄지는 거다. 올해는 담임도 과도한 업무도 맡지 않기를 바랐더니 겸무직을 맡아서 담임을 맡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두 학교 직원을 알게 될 기회도 얻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알고 보면 결국 내 열망 중에 강한 것이 적절한 시기에 나타나는 것이니까. 

 

얻어 놓고 펼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 것 두 가지를 안게 됐다. 생각의 힘은 정말 크고 무섭다. 얄팍하게 피하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더 무거운 것을 중심으로 움직이니까.

'흐르는 섬 <2020~2024> > <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월 28일  (0) 2022.02.28
뭔가 쓰는 건  (0) 2022.02.28
이사는 했고.....  (0) 2022.02.27
이사하고 혼자 남으니 썰렁하다.  (0) 2022.02.24
2월 21일  (0) 2022.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