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흐르는 섬 <2020~2024>/<2022>

소풍 대신 쇼핑

by 자 작 나 무 2022. 4. 3.

매일 통화했지만 얼굴 본 지는 한 달 넘게 지났다. 정말 오랜만에 딸을 만났다. 불과 한 시간 거리에 사는 데도 이렇게 얼굴 한 번 보기가 어렵다.

 

보름 전에 만나기로 했으나, 그 주에 코로나 19에 딸이 확진되어 일주일 자가 격리하고 다시 만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어제 오랜만에 아웃렛에 쇼핑하러 가서 없다는 옷 종류대로 다 고르느라 종일 돌아다녔다. 딸이랑 내 원피스 한 벌씩 사고 요즘 유행한다는 크롭 재킷을 고르려고 발품을 판 끝에 마음에 든다는 재킷과 여러 가지 옷을 샀다.

 

내 구두 한 켤레 사고 딸이 신을 구두를 사러 들어갔다가 딸이 고른 로퍼를 내가 사기로 했다. 얼떨결에 내 구두 두 켤레가 생겼다.

 

쇼핑 목록에 없던 마음에 드는 원피스를 산 뒤에 딸이 기분 좋아서 예전처럼 툴툴거리지도 않고 잘 따라다녔다.

*

상전 모시고 다니듯 긴장 상태로 함께 하는 시간 내내 불편함 없이 보내도록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 사람인지, 그 사이 얼마나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살았는지 새삼스레 느끼는 시간이었다.

 

'함께'하기 위한 노력. 내가 얻고 싶은 것은 누군가와 그렇게 함께 하면서 얻는 에너지, 그것이 내 즐거움이었던 거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는 혼자 호강하고 즐거운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시간이다.

 

딸이 바로 기숙사로 가겠다는 것을 설득해서 하룻밤 같이 자고 갔다. 3월 초에 주문한 식탁겸 책상이 여태 배송되지 않아서 취소하고 다시 다른 사이트에서 주문한 테이블이 어젯밤에 원룸 앞에 배송되어 있었다.

 

아침에 둘이서 테이블 하나를 조립하고, 오후에 제출할 과제가 있다고 서둘러 가버린 딸의 온기를 품고 멍하니 새로 들어온 탁자 앞에 앉아서 아무것도 못하고 앉았다.

 

이제 자식에게 기대는 마음은 다 접어야겠다. 가끔 함께 쇼핑하고 함께 여행하는 시간, 그것 이상 바라지도 않았지만 막상 그 시간도 지나고 나면 다시 혼자 남은 시간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게 뭐라고 아직도 매번 이렇게 마음이 쓸쓸해질까.

 

겨울 여행을 약속했다. 올겨울엔 따뜻한 곳에 가서 일주일 정도라도 함께 쉬고 오자고......

 

벚꽃이 한창인데..... 같이 꽃길 걸으러 가도 좋았을 텐데...... 또 일주일은 이렇게 허술한 상태로 어떻게 버티나.

 

'흐르는 섬 <2020~2024> > <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 14일  (0) 2022.04.14
4월 8일  (0) 2022.04.10
돌려달라고 했던가?  (0) 2022.03.24
분노 조절  (0) 2022.03.22
확장형 행거  (0) 2022.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