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하고 통영 가는 길에 딸을 불러냈다. 지난주에 새로 산 옷 입고 나왔는데 이상하지 않은지 봐달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집에 가는 길에 잠시 보자고 했더니 순순히 나왔다.
지난주엔 아무래도 낌새가 수상해서 '썸 타느냐, 연애 하느냐....' 물었더니 딱 잡아뗐다. 그런데 그날은 순순히 부는 거다. 확실하지 않아서 아니라고 했단다. 내 직감은 확실했다. 놀라운 고백이었다. 집에 가는 나를 배웅해주고 딸은 기숙사로 돌아갔다.
주말마다 바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딸이 연애할 기회란 게 고작 그런 경우 뿐이라니 아쉬워서 통영 가는 버스에 올라탄 뒤에 내내 생각이 많았다.
* 터미널로 친구가 마중 나와줘서 이번엔 여러모로 편했다.
우리 동네에 한때 곱게 피었다가 지고 새잎이 돋기 시작한 벚꽃길 어딘가에 있는 찜집에서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내내 집에서 놀던 남편이 취직해서 돈 벌어다준다며 친구와 함께 나온 지인께서 저녁 값을 혼자 계산하셨다.
아이폰 13 프로는 별도 달도 찍힌다기에 잘 찍어보려고 했는데 너무 대충 찍어서 흔들렸다. 달이 찌그러져 보인다.
꽃길을 걷자고 했지만 어쩌다보니 함께 걸으러 나온 길이 자주 걷던 바닷가 산책길이었다.
오랜만에 집에 들어가도 딱히 할 것도 없고, 인터넷도 끊어놔서 더더욱 답답했다. 휴대전화 만지작거리다가 잠들기 전에 경주 가는 버스표를 예매했다.
'흐르는 섬 <2020~2024> > <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갑 , 운동화 (0) | 2022.04.16 |
---|---|
4월 14일 (0) | 2022.04.14 |
소풍 대신 쇼핑 (0) | 2022.04.03 |
돌려달라고 했던가? (0) | 2022.03.24 |
분노 조절 (0) | 2022.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