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미리 약속했던 대로 주말에 나현이네와 만나서 저녁 먹기로 한 날. 집에 인터넷을 끊어놔서 일찍 가면 심심할 것 같아서 토요일 점심때 넘어갔다. 하루 정도는 늦잠 자고 푹 쉬어야 좋은데 평소대로 일찍 깨서 피곤했다.
딸 만나서 함께 통영 가서 터미널 근처에서 초밥을 먹었다. 생선회를 너무 오래 못 먹어서 해산물 먹고 싶다는 데에 합의는 됐는데 집에 가서 배달시키기는 부담스럽고 마침 통영에서 꼭 사용해야 할 생활 회복 지원금을 날짜 지나기 전에 써야 하기도 하고.
점심을 배불리 먹어서 저녁은 안 먹어도 될 것 같은데 약속 시간 전부터 딸은 계속 배 고프단다. 그 음식점에 가는 것에 대한 기대감에 잔뜩 먹은 점심이 거짓말처럼 빨리 소화된 모양이다.
오징어 먹물 리조또는 아주 건강하고 깊은 맛이 나서 좋았는데 매콤하고 깔끔한 파스타 맛이 강해서 리소토는 별로 인기가 없었다.
그 약속 아니었으면 딸 만나서 밥 한 끼 먹기도 힘든데 나현이네의 초대가 정말 고마웠다.
내 딸 기저귀 차고 놀이터에서 아장아장 걸을 때 만난 동네 친구인데 오래 좋은 인연으로 잊지 않고 만난다. 그때 다섯 살이었던 나현이가 벌써 스물여덟 살이 되었고, 그때 겨우 걸음마하던 내 딸도 이번에 스물세 번째 생일을 맞았다.
이젠 딸이 자라는 게 뿌듯한 게 아니라 내가 나날이 늙어가는 기분에 조금 서글프다. 이제 딸이 자라는 게 아니라 딸도 나이 들어가는 거니까 세월이 어떻게 가거나 아름다운 순간은 조금 천천히 지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