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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4월 25일

by 자 작 나 무 2022.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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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에 갑자기 일어나서 가지 튀김 만들고 애호박전도 예쁘게 부쳤다. 가지 튀김과 애호박전은 딸이 좋아하는 음식이어서 싸 들고 가고 싶었지만, 시외버스를 두 시간 이상 타야 하는데 뭔가 들고 가는 게 성가셔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갔다. 

 

오늘 프라이팬에 데워서 먹으니까 맛이 괜찮다. 그날 얼떨결에 애호박전 만들어둔 보람이 있다. 그렇게 움직이기 싫던 몸이 갑자기 음식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자동으로 움직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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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통영에서 돌아오기 전에 냉장고에서 발견한 달걀 10개를 급히 삶아서 장조림 만들어줬더니 딸이 그걸 기숙사에 가져가서 혼자 다 먹었다고 한다. 

 

자주는 못 해도 가끔 요리를 해야겠다. 국간장도 조금 들고 왔으니 나물도 무쳐 먹고, 미역국도 끓여먹을 수 있겠다. 피곤하고 우울할 때 쓰는 글이어서 엉망이겠지만 이렇게라도 며칠 묵힌 사진과 기억을 정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으니 일단 기록은 해두고 나중에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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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나를 찾는 전화나 문자 한 통 없었다. 딸은 끊임없이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나는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다고 했더니

"엄마가 그렇게 만들었잖아....."라고 말했다.

 

내가 뭘? 꼭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해서 사람들이 나를 찾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뉘앙스다. 혼자 돈 벌고, 저 키우느라 바빠서 밖으로 떠돌지 않고 친구 꽁무니 쫓으며 돈 쓰고 에너지 쓰는 것 하지 않은 대가가 이런 거다.

 

나를 잊지 않고 찾는 사람 외엔 내가 딱히 연락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게 생활화되어서 누굴 어떻게 찾고 뭐라고 안부를 물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제 식구 챙기고 제 짝 챙기며 잘 살고 있을 텐데 내가 주말이라고 연락한들 무슨.......

 

그냥 딱 한 사람이면 된다. 나도 남자 친구 한 명만 있으면 좋겠다. 스쳐가는 사람, 그냥 한 번 보고 스쳐가 버릴 사람은 만나고 싶지 않다. 남은 인생 적적하지 않게 말동무하고, 여행길에 길동무할 인연 하나 만나기를 이제는 마음 모아 기도해야겠다.

 

이제 지쳐서 사람을 찾는 것도 만나는 것도 귀찮고. 이렇게 불평하면서 혼자 늙어갈 각오도 더 굳게 다져야겠지만, 외롭게 혼자 늙기는 싫다고~~~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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