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화요일에 쳐야할 시험이 있어서 바쁘다는 딸을 억지반으로 불러내어 밥을 함께 먹었다.
밥이라도 함께 먹어야 나에게도 가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혼자 지내는 것이 나를 몹시 지치게 하고 기운 빠지게 한다.
기숙사에 딸을 데려다주고 원룸에 돌아가서 혼자 있기 싫어서 아무 데나 가고 싶었다. 어쩐지 들어가면 돌아 나오는 길 외엔 없는 그 막막한 동네에 금세 다시 들어가는 게 싫기도 하고 혼자 주말을 보내는 게 싫었다.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리산 대원사 계곡으로 향하던 중에 지리산에서 흘려내려 온 물줄기로 이어지는 계곡에서 물놀이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니 대원사 계곡은 더 깊이 들어가야 하지만 살짝 기대감에 부풀기 시작했다.
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고 완행 버스가 들르는 구간 구간을 거치면서도 그렇게 가고 싶었던 곳이다.
딸내미 일곱 살인지 여섯 살이었던 어느 해 여름에 처음 흔들리는 이를 뽑고 지리산 산천재 뜰을 거닐고 마루에 걸터앉아 까딱까딱 다리 흔드는 딸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퍼뜩 났다.
산천재 앞에 배롱나무 꽃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차를 돌려서 오려고 거기에 정신이 팔려서 도로에 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그만 퍽~ 새 차 받은 지 겨우 한 달여만에 앞 타이가 찢어졌다. 놀라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순간에 가속 페달을 살짝 밟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보험사에 서비스 요청을 하고 견인차를 기다리는 동안 산천재 주변을 거닐며 사진을 좀 찍었다. 옛날에 찍은 사진은 엠파스 블로그에 옮겼다가 엠파스가 사라지고 이글루스에 저장한 다음에 다음 블로그로 옮기면서 문제가 생겨서 다 사라졌다. 아쉽고 또 아쉬운 부분이다. 딸내미 어릴 때 찍은 사진 파일을 저장했던 하드 디스크도 문제가 생겨서 결국 다 살려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가장 오래 안전하게 남을 것 같은 블로그에 되도록이면 사진을 아주 작게 줄이지 않고 올려서 보관하기로 했다.
견인차 기사는 자기가 아는 카센터에 나를 데리고 갔고 그 카센터엔 맞는 타이어가 없었다. 바로 옆에 한국 타이어 대리점이 있었고 나는 내비게이션으로 그곳을 찍어서 보여줬는데 그 대리점은 오늘 영업하지 않는다는 거짓말까지 하며 나를 기만했다.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기본 견인 서비스는 10킬로까지 무료다. 부가 비용을 만 원 이내로 지불하고 갈 수 있는 타이어 대리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이리저리 멋대로 끌고 다니다가 무려 34킬로 주행하고 사뭇 먼 곳에 가서 타이어를 교체해야 했다.
어쩔 수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불쾌하지 않았을 텐데 너무나 속 보이는 얕은수를 썼다. 세 번째 장소로 이동하는 견인차 안에서 한참 생각했다. 사람은 이렇게 사소한 차이로 결국 큰 차이가 나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 누구든 이렇게 생각하는 방향과 결이 많이 다른 사람과 나는 친해지기 어렵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