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들은 내 첫인상에 대한 평가는 그랬다.
말없이 일만 해서 사이보그나 A.I.인 줄 알았단다. 내 표정이 바뀌고 말이 쏟아져 나오는 게 이상하고 신기했다며 그 전엔 너무 무거워서 말을 붙이기 어려웠다는 평가를 들었다. 나보다 훨씬 연배가 높으신 분의 솔직한 내 첫인상 평에 중간 어느 시점까지 그렇게 보였다고 말씀해주셨다.
우리가 대화할 일이 없었다. 그 공간에서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취향이 비슷하거나 기타 등등 어떤 이유로든 말을 섞을만한 부류의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도 그 얼음장 같은 침묵을 깨고 내가 먼저 말을 건네고 우스개 소리도 했다. 나는 그 속에 제대로 융화하기는 곤란한 손님 같은 존재다.
그래서 내 위치를 확실히 알고 자리를 잘 지키는 거다. 그들이 사놓은 간식이 눈에 띄어도 한 번도 손댄 적이 없다. 자연스럽게 먹는 것을 권하지도 않는다. 돈 낸 사람만 먹으라는 거다. 나는 매일 거기 출근하는 것도 아닌데 매달 간식비 몇만 원을 내는 게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열외로 빠졌다.
그전에 있던 어떤 그룹에서 매달 5만 원씩 낸 간식비로 필요 이상의 비싼 원두를 사서 날리는가 하면 일부 회원의 생일만 표 나게 챙기고 자기들과 친한 부류의 생일에만 돈을 썼다. 일률적으로 다 하지 않거나, 일률적으로 다 챙겨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섭섭함을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울먹였다. 뭐 저런 철 덜든 중학생이나 초등학생 같은 짓거리를 하나 싶어서 그 사이에 끼어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들 중 일부는 그렇게 사람을 분류했다. 끼리끼리는 과학이라고 어떤 드라마에서 말하던데. 정말 그런 것인지. 나는 거기에서 끼리끼리가 되긴 어려운 부류인 모양이다. 이번에도 다를 바 없이 무리를 짓는 부류가 있는 곳에서는 입을 다문다. 올해 일정이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 더 예민하게 생각하면 스트레스받아서 없던 병도 생길 테니 이번 한 번만 표현하고 감정 소모는 하지 않겠다.
여기서도 주변인, 저기서도 주변인. 나의 사회생활은 큰 무리는 없지만 인간적인 관계를 맺기엔 버석이는 곳에 간혹 서서 눈을 감아버린다.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는 게 아니라, 그러기 어려운 부류와 마주한 것 뿐이다. 남 선생님과 작년 여름에 먼저 세상을 떠나신 오 선생님은 불과 몇 달 밖에 함께 있지 않았지만 우리 관계는 달랐다. 인간적인 유대감과 동료애가 있었다. 역시 어디서나 사람 나름인 거다. 어디서 뭘 하거나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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