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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어떤 기다림

by 자 작 나 무 2022. 8. 24.

내 인생의 방향을 살짝 바꿀 나름의 큰일을 저지르고 시시각각 그 일이 어느 방향으로 기우는지 또 다른 시작점을 기다리는 중이다. 석 달은 채웠고, 열흘은 더 기다려야 기본적인 100일이 지난다. 물론 그때도 알 수 없다. 호흡을 크게 하고 넉넉하게 기다려야 한다. 양극단의 결과가 기다리는 도박판에 뛰어들었다.

 

두 갈래로 반드시 나뉘게 될 것은 분명하지만, 어느 쪽으로 엎어져도 나는 잘 살아낼 자신이 있다. 그래서 두렵기보다는 설레는 쪽에 가깝다. 설렌다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지만 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 일을 저지르지 않고도 나는 이미 그렇게 살아낼 자신이 있는 사람이었는다는 사실을 이번에 확인한 셈이다.

 

겁나서 하지 못한 일은 대체로 그리 무서운 일이 아니었다. 뭐든 혼자 결정하고 혼자 책임지는 것에 대한 압박감에 지레 겁먹은 것뿐이었다. 이미 일은 저질렀으니 후회하지 않는다. 두려움은 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수습하며 살아야 한다.

 

사형 집행일을 기다리는 사형수는 어차피 언젠가 사형당할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뭘 두려워하겠는가. 살아있는 날은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즐겨야지. 때 되면 다 죽는데 알고 죽으면 얼마나 편하냐고. 아..... 이런 불편한 표현밖에 할 수 없는 내가 한심하네. 지금 당장은 내 상태가 몹시 좋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다.

 

두려움과 설렘은 한 몸이다.

 

*

이 기다림의 기간이 지나면 이번 생은 일단락될 것 같아요.

내 인생의 이번 시즌은 이렇게 끝날 것 같아요.

그동안 지켜봐 주신 여러분 감사했습니다. 이만 총총.

그날이 오기 전에 여유 있을 때 미리 인사해요. ㅋ

전 앞으로 어찌 변할지 어떻게 살지 잘 모르겠었어 지금의 정체성으로는 이 정도 인사는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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