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꿀꿀한 기분으로 공원을 찾았다. 토끼가 풀 뜯는 것을 보다가 편백숲 나무 침상에 누웠다가 갈 생각이었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어딘가에서 가져온 풀을 토끼에게 주면서
"토끼야 맘마 먹어."
라고 하셨다.
토끼는 앞에 있던 풀을 뜯다가 강아지처럼 아주머니께서 주시는 풀을 자연스럽게 받아먹었다.
그게 뭐라고 금세 표정이 환해진다.
처음엔 입구 쪽에 있는 이 해먹에 몇 번 누웠다. 지나가는 사람들 눈에 띄기 좋은 자리 같아서 다른 자리를 물색해서 나름 전용 자리를 찾았다.
이 나무 침상이 조금 더 편하다. 여기 누워서 이유 없이 왈칵왈칵 올라오는 감정을 흘려보낸다.
아~ 나는 사춘기 보다 무서운 갱년기~
지난번에 대전 근처 아울렛에 갔을 때 딸이 골라준 새 운동화를 처음 신었다. 오늘은 반복적인 기침에 열도 나고 상태 불량 그 자체였는데 해야 할 일이 이상하게 많은 날이었다. 이제 겨우 끝내고 보니 눈이 빠질 것 같다.
퇴근하고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이상하게 더 하기 싫고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다. 왜 그 정도로 만족하지 못하고 일을 더 벌여서 이러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야 만족하나 보다. 뭔지 부족한 느낌으로 일을 마무리하는 게 내 스타일은 아닌 모양이다. 결국 하고 만다. 그 정도면 충분한데 더 해야 다 한 것 같은 이 기분.
*
내 표정이 하도 무겁고 어두워져서 오늘은 오랜만에 숲에서 사기 셀카를 찍었다. 웃으면서 사진 찍었더니 엄청 행복해 보인다. 마냥 기분 좋아서 웃는 게 아니어도 웃다 보면 기분 좋아진다. 언제 찍은 사진이 마지막이 될지 알 수 없으니 웃으며 찍은 사진은 기회 닿을 때마다 남겨야겠다. 기분 전환에 간혹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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