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 전에 B.K 샘이 여름이 가기 전에 팥빙수를 같이 먹자고 했다. 올디스 팥빙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올드한 맛이 가끔 생각나서 혼자 가서 커피와 팥빙수를 번갈아 먹은 적이 있다. 단순한 재료의 단순한 맛보다는 다양한 재료의 화려한 맛부터 알게 된 요즘 세대는 그다지 호응하지 않는 옛날 팥빙수.
나도 얼음만 잔뜩 넣은 빙수를 그렇게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팥밥도 좋아하고 팥빵도 좋아한다. 팥빙수를 일부러 사 먹을 만큼 즐기지는 않지만, 어제 그 빙수는 나에게 약이 됐다.
오후에 두 시간 연이어 자료를 만드느라고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휴게실이 아닌 장소에 특정 음식을 들고 와서 거기서 그러는 것은 정말 불편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한 무리의 사소한 만행을 보게 됐다. 실컷 떠들고 먹다가 너무 유치하게 끝에 먹을 거냐고 묻는다. 먹다가 남은 모양이다.
일하는 장소와 먹고 떠들 장소가 확실하게 분리되어 있는데 어떻게 거기서 일부러 그럴 수 있는지 좀 이해가 안 되는데 목소리 큰 사람은 멋대로 하기도 한다. 끝까지 권하지 말고 그렇게 패거리들끼리 왈짜 같이 굴고 끝낼 것이지.
그 행위가 충분히 마음을 상하게 하고도 남을 것이지만 이미 그들과 일부러 섞이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으니 무심하게 넘길 작정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팥빙수를 먹자고 청하는 것은 그 상황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스트레스를 다른 코드로 읽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다. 내가 생각이 많아서 우연한 일 두 가지의 인과 관계를 너무 섬세하게 읽은 것인지 내 느낌이 맞았는지 다음 주에 확인해 봐야겠다.
글 쓰다 보니 궁금하다. 지나고 나서 그 일을 그려놓으면, 사소하지만 그 속에 느껴졌던 양자역학적 흐름을 그도 나도 읽었던 것이 분명한지 궁금하다. 될 수 있으면 안테나를 내리고 레이다 작동을 시키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들이 의도한 것은 분명 아니었겠지만, 그 무심하게 저지른 일이 가늘게 뒤통수를 파고드는 침처럼 미세하게 신경을 건드리며 찌르는 결과를 유발하기도 한다. 또 생각했다. 관상은 과학이다. 무수한 말과 생각과 행동의 결과가 얼굴에 그림으로 그려진다.
나도 혹시 그렇지는 않은지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