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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태풍이 온다기에

by 자 작 나 무 2022. 9. 2.

정시 퇴근하고 곧장 딸내미 기숙사에 찾아가서 딸내미 태우고 통영으로 향했다.

 

진주를 거쳐서 갈 경우, 편도 40분 + 40분, 삼천포에서 통영 가는 빠른 길은 고성으로 이어진 구불구불한 국도를 타는 길이지만 그 길은 빗길 운전엔 상당히 위험하다. 그래서 이왕에 둘러서 가더라도 조금 덜 위험한 길로 가기로 했다. 진주 들러서 딸과 동행할 핑곗거리 아주 좋아~ ㅋ

 

지난번에 통영 집에 갔을 때 창문 하나를 열어놓고 왔다. 다음 주에 남해안을 강타할지도 모른다는 태풍 소식에 창을 닫고 문단속을 해야만 했다. 창문 하나 열어놓고 온 게 오히려 다행인가? 그러지 않았으면 귀찮아서 거기까진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곧장 라인도이치 브루어리로 달렸다. 비가 그렇게 쏟아지는데도 창 너머로 구름에 묘하게 가린 해넘이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딸이 비 오는데도 창을 열어서 사진을 찍고 싶어 할 정도였다. 운전 중이라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곁눈질로 본 그 풍경은 비 오는 날에는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창가 자리는 없었는데 마침 우리가 주문하고 난 뒤에 한 팀이 계산하고 떠났다. 얼른 그 자리를 우리가 차지하고 앉아서 저녁식사를 즐겼다.

 

통영시민에게 주는 재난지원금 10 만원을 9월 말까지 써야 해서 그중에 일부 남은 돈으로 맛있는 저녁을 사 먹기로 했다.

 

해물 수프와 곁들여먹을 갓 구운 빵이 담백하고 만족스러웠다. 최근에 먹어본 수프 중에 단연 으뜸이다.

 

저녁 먹고 집에 들러서 문단속하고 딸을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삼천포로 돌아왔다. 일과 마치고 왕복 세 시간 운전한 덕분에 피곤해서 눈이 절로 감긴다.

 

 

 

우산 들고 한 손으로 동영상 찍어서 비 맞고 영상은 흔들흔들, 다리 넘어 이곳으로 가는 동안 본 멋진 풍경이 사진에는 제대로 담기지 않아서 꼭 동영상을 찍고 싶었다. 해는 이미 넘어갔으나 저 너머에 아직 남은 빛이 비 오는 날 저녁에도 저리 환하게 보이는 풍경을 처음 본 것 같다.

 

우리 동네에 비 온다고 온세상에 비가 오는 게 아니다. 저 너머 세상은 환해지고 맑기도 하고...... 사람 사는 세상도 그러하고.

 

2022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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