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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여름방학

by 자 작 나 무 2023. 7. 23.

여름방학은 짧고 해야 할 일은 많다.

 

방학식 하는 날은 같은 실에 근무하는 사회 초년생 동료를 태우고 동대구환승센터에 다녀왔다. 안동까지 가는 길이 너무 번거롭고 멀어서 비 오는 날 귀향길 마무리를 도와드리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탈진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쉬고 다음날 병원에 가서 링거 맞고 겨우 숨을 돌렸다. 

 

그다음 날엔 그곳에서 내 말을 들어주는 동료가 점심때 전화해서 통화하다가 그 분과 아울렛에 다녀왔다. 근무지 밖에서 한 번쯤 같이 밥 먹고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 샘 댁에 픽업하러 갔더니 댁이 교회였다. 그 여린 몸으로 자녀 넷을 어떻게 키우셨나 싶었는데 집에 가보니 이해가 된다. 

 

그렇게 방학식 하고 하루 걸러 한 번씩 조금 친분 있는 동료와 목적지를 오가는 차 안에서 대화를 다양하게 나눴다. 하루 무리하고 나면 그 이상으로 충전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아니, 체력이 약해져서 그런 모양이다.

 

방전되고 충전이 덜 되어서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집에 콕 틀어박혀 있으니 기운이 살짝 돌아올 시각이 되면 피곤하지만 갈등하게 된다. 오늘쯤은 거제에 사시는 강 선생님을 만나서 안부를 전해야 했다. 그런데 잠을 잘 못 자니 낮에 움직이기가 어렵다.

 

언젠가 이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아득해져서 되돌아보고 싶을 때 읽으려고 일기를 쓴다.

 

*

밖에 나가면 지금보다 나을까. 산너머 편백숲으로 공간 이동 하고 싶다.......

 

운전대를 잡으면 지구 끝까지 달리고 싶다. 체력이 안 되니 나서지 않을 뿐. 서울 사는 친구들이 종종 안부를 묻는데 대답하기도 민망하고, 얼굴 내밀기도 민망하다. 버스나 비행기 타고 더러 다녔는데 이젠 대중교통 이용하기 싫다는 핑계가 생겨서 멀리 못 간다. 

 

 

 

 

*

하악과 상악이 맞지 않아서 얼굴이 자꾸 비틀어진다. 아래턱은 점점 자라고 음식을 씹어 삼키는데 어려움을 느낄 정도로 가끔 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너무 위험한 수술이니 그냥 이걸 평생 견디거나 목숨을 걸거나 둘 중 하나라는데, 불편함을 견뎌야겠지. 목숨은 함부로 거는 거 아니니까.

 

 

 

*

나가서 걷기라도 해야겠는데 왜 이렇게 만사가 귀찮을까......

 

엊그제 동료를 만나러 갈 때는 돌아올 기운이 없으면 외박하려고 가방도 야무지게 쌌는데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교회 건물에 방이 많으니 자고 가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다른 가족과 마주치는 게 너무 큰일인 것 같아서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밤운전을 하고 나면 신경이 곤두서서 잠드는 게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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