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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7.20.

by 자 작 나 무 2023. 7. 20.

다시 위기에 처하기 전에 그늘을 만난 듯 잠시 쉴 시간이 생겼다. 길지 않지만 그 안에 이 뜨거운 머리를 식히고 쉬어야 한다. 지천에 널린 일거리가 눈에 들어오는데 못 본척하고 그냥 밖에 나갈까?

 

잠이 부족한지 계속 졸음이 쏟아지는데 일을 미룰 수 있다면 이럴 때 낮잠도 자고 쉬는 게 마땅하다.

 

한참 열심히 돌아다니던 시절에 남도 고찰을 두루 찾아다녔다. 오래된 사찰이 있는 자리엔 걷기 좋은 숲길이 있다. 숲길도 걷고 고찰도 둘러보면 좋은 걷기 여행이 된다.

 

이틀 정도 그런 여행을 생각해 보니 나설 마음이 생긴다. 20대 중반에 갔던 달마산 미황사에 30대 중반에 딸 데리고 한 번 다녀왔고, 이후엔 멀어서 엄두가 나지 않아서 다시 가보지 못했다. 그 일대는 90년대 중반에 당시 유행처럼 읽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들고 그 책에 나오는 장소를 찾아다녔다. 

 

해남에 미황사, 대흥사, 운주사...... 20대였던 내게 인상적이었던 그곳에 어린 딸도 데리고 가서 뭔가 보여주고 싶었지만 사진이 일부 사라진 뒤에 기억도 사라졌다. 딸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은 사진을 보여주면 기억하는데 사진을 온라인에 포스팅한 것만 간신히 창호 문에 손가락 구멍 뚫어놓은 듯 작은 크기로 몇 개 남았다. 

 

올해 수험생인 딸에게 밥 한 끼 같이 먹자고 불러내기도 신경 쓰이는데 여행은 어림도 없다. 잠을 잤음에도 머리가 충분히 쉬지 못했다고 셔터를 내리란다. 

 

지도 한 장 들고 남도 고찰을 찾아다니다가 찍은 옛날 사진도 문득 생각난다. 오가는 길이 너무 멀어서 급하게 스치듯 눈도장 찍고 온 그 동네...... 욕망이 그 동네로 화살을 날린다. 해남, 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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