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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슬프다

by 자 작 나 무 2023. 10. 2.

1.

나는 끝없이 증명하고 싶어 한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자신에게 증명하려고 버둥거린다. 이게 내 문제다.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게 아니라, 나는 나에게 인정받고 싶다. 그런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되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작은 실수나 잘못에도 끝내 아프다. 사과하고 용서받지 못한 잘못은 작은 것도 칼날같이 심장을 찌르는 느낌이다.

 

2.

인생은 사소함의 연속이다.  사소하지만 그 사소한 것이 모여서 내 인생이 되므로 사소하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스쳐 지나가고 말 것이어도 그 순간만은 진실하고 성실하려고 애쓴다. 

 

3.

한동안 자주 듣던 노래를 듣는데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이렇게 미묘한 감정으로 가슴이 찢어질듯한 느낌이 이 나이에도 느껴진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몸이 아프니 마음이 더 허해져서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도 가슴이 아파서 운다. 이 노래를 들으며 그 순간 가슴에 새겼던 것이 순간 가슴을 찢고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통증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런 감각과 상상력이면 연애 소설도 쓰겠다.

 

며칠이나 아플지 모르겠지만 병원에서 받아온 약이 아직 며칠 분 남았다는 것에 안도한다. 마음이 아파서 거나 몸이 아파서 거나 울기 시작하면 호흡이 잘 안 되니까 나는 실컷 울 수도 없다. 가슴이 아프다는 말 그대로 가슴이 아프다. 코로나 때문에 호흡기가 약해져서 생긴 착각 치고는 아주 치밀하다.

 

슬픈 감정에 잠시 휩싸여서 그 힘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털어내야만 하는 슬픔이 어떤 형상으로 그려지는지 그림으로 그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음악은 기억의 매개체로 오래 작동한다.

 

 

 

4.

이번 주는 내내 아플 것 같고.....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나으면 가을 여행을 떠나야겠다. 가고 싶은 곳이 떠올랐다. 매번 출구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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