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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10.4

by 자 작 나 무 2023. 10. 4.

쉬는 동안 몸이 아픈 것과 일을 해야 하는데 몸이 아픈 건 천지 차이다. 오늘은 며칠 쉬면서 조금 나아지나 싶은 생각에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억지로 깨운 몸을 잔뜩 긴장시키고 출근했다. 수요일이지만 엿새 연휴 끝에 출근한 수요일. 월요일 일정대로 일과가 운영되어서 월요일은 월요일이었다.

 

매주 월요일마다 얼마나 힘든 상태로 퇴근했는지 오늘 하루가 그 기억을 돌아보게 했다. 어느 순간 급격하게 힘들어지는지 알아챘다. 의사와 상담할 때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던 그 부분,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 괜찮아져야 하고 응당 나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얼마나 나에게 강요했는지 솔직하게 대답할 수도 없는지 그게 힘든 건 아니라고 끝내 부인한다.

 

 

 

엉뚱한 생각에 발목이 걸려서 눈물을 쏟았다. 한 번은 울었어야 했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야 울어도 괜찮을 거란 생각에 슬퍼도 아파도 울지 못하고 지나온 것을 몰아서 운 것처럼 가슴을 치며 소리 내어 잠시 울었다. 길게 울 일은 아니었다. 이미 지나온 시간을, 해버린 선택을 후회하는 건 시간 낭비다. 반성할 것이 있어서 그 부분을 정확하게 찾아내어 내 잘못을 도려내고 새 살을 채울 게 아니라면.

 

올해 10월은 때가 되면 자연스레 열리는 절기가 아닌 것처럼 10월에 다가서는 하루하루가 불협화음과 신기한 빛으로 휘어져서 난반사하는 빛과 소음의 충돌로 겪어보지 못한 세계를 매번 경험하는 것 같았다. 나를 단련시키기 위한 뜨겁고 험난한 길은 이미 맨발로 다 건넜다고 믿고 싶었다. 이 정도 화상을 입고도 살아남았으니 충분하지 않은가 생각했다.

 

정확하게 내 약점이 뭔지 드러나고 그 순간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반복하는 시험대에 오른 것 같다. 이번에도 실패?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고 착각하고 그 길을 따라 걸어야 좋을지, 눈 가리고 아웅 하듯 가지 않던 길에 냉큼 올라서야 좋을지 결정하지 못하고 디딘 첫걸음이 다음은 어디로 걸음을 옮겨야 좋을지 몰라 방황한다. 내 생각은 내 생각일 뿐. 타인은 나와 비슷한 듯 다르다. 눈앞에 본 듯이 그려지는 환영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존재하지도 않는 마음이 감정을 수백 가지 골을 파서 바람처럼 맴맴돌게 만든다. 욕심이란 것이 사람을 결국엔 너절한 자신의 껍데기와 마주하게 한다.

 

나의 부족함을 짧은 기간에 발견하고 그런 나를 인정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신을 달리 바꿔놓거나.... 어떻든 변화와 선택이 가능한 구간에 잠시 선 거다. 이 상황에서 내가 시선을 고정해야 할 지평은 그 지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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