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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아름다운 통영 1탄

by 자 작 나 무 2023. 10. 22.

2023년 10월 21일 
21일, 22일 통영에서 국제 트라이애슬론 경기가 열린다. 그 코스에서 멀지 않아서 집 주변 도로가 통제되었다. 도로 통제가 풀린 이후에 바닷가에 나갔더니 날씨가 환상적이다. 가보지도 못한 지중해에 놀러 온 기분이어서 혼자 관광객 놀이하며 열심히 놀았다.

 

통영은 축복 받은 도시라고 딸에게 문자와 사진 두 장을 보냈다. 이 좋은 것을 속살부터 썩게 만드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만행이 떠올라 속상하고 분하다.

 

내 딸이 젖먹이였을 때 집 근처에 조선소가 생겨서 거기서 작업 중에 생긴 폐수를 내보내니까 그 일대에서 잡힌 물고기는 뼈가 휜 기형에 기름 냄새가 살에 배서 먹을 수가 없었다. 단백질 섭취를 제대로 못하니 젖이 잘 나오지 않아서 젖먹이인 딸을 먹이기 위해 당시에 천 원짜리 줄낚시에 한 통에 천 원하던 지렁이 미끼를 사서 집 근처에서 해 진 뒤에 줄낚시를 했다.

내 생전 그런 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분유는 입에 대지 않고 젖병을 혀로 밀어서 뱉는 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그 상황에선 그게 최선이었다. 아이 낳고 몸도 제대로 풀리지 않았는데 애를 업고 어깨와 허리가 빠질 것 같아도 낚시를 던지니 꽤 굵직한 우럭과 노래미가 물었다..

 

한동안 그렇게 집 앞 바닷가에서 잡은 생선으로 끓인 미역국으로 연명했다. 내 인생을 한 장씩 뒤져보면 꽤 특이한 기억이 몇 가지 있다. 아름다운 바닷길을 걷다가 보기와 달리 그 속에 사는 생명체며 그물처럼 연결된 우리 삶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고작 동네 조선소에서 나온 오폐수 정도로도 해양 생태계가 바로 반응했다. 일대에서 난 어폐류나 파래를 먹을 수 없었다. 그 꼴을 겪고 나니 그렇게 맛있게 먹던 파래 무침을 해 먹을 수 없었다. 당연히 파래나 미역도 그 물속에서 자랐으니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 테고, 때론 깜박하고 사 온 파래에서 기름 냄새가 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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