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안 떠져서 친구가 전해준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다시 잠들 것 같다.
친구가 산타할아버지라고 쓴 부분에서 순수함이 느껴져서 웃음이 났다. 눈이 저 정도 내려서 쌓이는 건 10년에 한 번쯤. 그래서 오늘 내려 쌓인 눈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느끼는 건 내 어릴 적 생각과 비슷하다. 그런 감정 표현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눈이 온다고 해도 즐기러 나갈 체력이 안 돼서 이불 안에서 휴대폰 잡고 눈만 내밀고 있다.
*
어제 하행길 고속도로에서 5중 추돌 사고가 났고, 그 사고로 인해 딸을 태운 내 차도 고속도로에서 오래 정차해 있었다. 그전 휴게소에서 두 번째 휴식을 취하고 와서 사고 현장에서 사고 수습하는 동안 기다린 30여 분의 시간이 그리 초조하진 않았다.
사고에 휩쓸려서 그 현장에 있을 수 있었다. 휴게소에 한 번 더 들어가서 따뜻한 물을 마셔야겠다고 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면, 다음 휴게소까지 참고 달려야 한다고 나를 눌렀다면. 사고를 피할 수 없는 순간에 그 지점을 지났을 거라는 계산이 유효한 거리에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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