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침실로 쓰는 방 천장 가운데에 붙어있던 십자형 LED 등기구가 툭 떨어졌다. 갑자기 천장에서 뭔가 푹 떨어져서 대롱거리니까 조금 놀랐다. 전선 연결한 게 매달린 상태로 곧 바닥으로 떨어질 기세였다. 해결할 방법을 바로 찾는다. 높은 의자를 찾아서 천정에 나사로 연결한 부분에 다시 끼워서 고정했다.
일요일이어서 일찍 자려고 누웠다. 두 번째는 등기구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플라스틱인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등기구의 성분이 자잘하게 부서져서 흩어졌다. 잠을 못 자는 게 큰 문제여서 일찍 자려고 약을 먹은 상태였는데 잠결에 스탠드를 찾아서 켜고 청소기로 잔해를 쓸어 담았다.
일요일 밤부터 오늘까지 스탠드를 켜놓고 지낸다. 천정에 삐죽 나온 전선과 새 등기구를 연결하려면 높은 의자를 두고 작업을 하더라도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등기구 연결하다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기라도 하면 더 큰 불상사가 생길 것 같아서 딸이 기숙사에서 철수(?)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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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매일 뭔가 자잘한 사고는 터진다. 하루도 그냥 지나가는 날이 없다. 장기 결석한 학생과 관련한 일로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아야 해서 집중해서 일을 하기도 곤란할 지경인 데다가 뭔가 신경 쓰이는 일이 계속 터진다.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이 아니어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오늘도 그냥 넘어갔을 리 만무하지.
늦은 퇴근길에 쑥 붕어빵이라도 사 먹고 집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니 쑥 붕어빵 파는 아주머니께서 정리하고 들어가실 시간에 맞춰서 도착할 수 있을지 애매한 시각이었다. 어제도 조금 늦어서 아주머니께서 붕어빵을 다 팔고 짐을 정리하고 계셔서 그냥 지나쳤다.
그 길목은 어지간해서는 들어가거나 차를 끌고 가지 않는 곳이다. 몇 번씩 붕어빵을 핑계로 그 동네에 오가는 내 마음 깊은 곳에 무엇이 있는지 어제 깨달았다. 고향에서 떠나기 전에 가장 오랜 친구였고, 가장 친한 친구였던, 내 친구가 마지막 생을 살았던 그 동네에 가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어제 한순간 떠올랐다. 내가 왜 최근에 거길 서성이는지.......
가슴에 묻었던 친구 생각을 꺼내느라 오랜만에 가슴을 열었더니 그대로 서럽게 울음이 터져 나온다. 서른셋에 급작스레 세상을 떠난 내 절친의 존재를 떠올리거나 그리워하지 않으려고 그 감정의 문은 닫은 지 오래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이상하게 그 동네에 핑계를 만들어서 몇 번이나 얼쩡거린 거다.
그 친구가 내 친구들을 연결하는 중심축이었는데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나서 나는 그 연결 끈을 일시에 놓아버렸다. 그렇게 20년 넘게 옛 친구는 다 잊고 살았다. 어제 그 길목에서 그 생각이 터져서 가슴이 미어졌다. 마침 딸내미 전화가 걸려와서 그 상황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더는 누를 수가 없어서 쏟아놓게 됐다.
그 친구 장례식장에서 당시 세 살이었던 내 딸이 경상도식 소고깃국에 밥 말아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요즘 나이로는 두 살이었다. 나는 서럽게 울면서 꾸역꾸역 밥을 먹었다. 나는 너보다 오래 살 거라고 다짐하면서 어린 딸 손을 꼭 잡고 살겠다고 밥을 먹었다.
이제 고향을 떠나면 그런 기억도 다 잊을 거다. 어느 순간 기억의 연결 스위치가 켜지지 않으면 지난 시간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오늘 있었던 희한한 일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았는데 어제 나를 스친 감정을 말끔하게 정리하지 않았더니, 오늘 어느 순간 누가 다리를 걸어서 넘어뜨린 것처럼 그만 감정에 휘청 넘어져서 또 울었다.
파출소까지 따라붙는 이상한 남자를 따돌리려고 결국 파출소 안에 들어갔다가 피곤하고 힘든 퇴근 시간에 몇십 분이나 내 뒤를 쫓아온 경계 지점의 이상한 남자 때문에 놀라서 소리도 지르고 울기도 했다. 집에 혼자 돌아와서 스위치를 올려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 침실에서 불안에 떨다가 잠드는 게 상상만 해도 싫었다.
그럴 때 딸에게 전화하는 게 아니라, 전화할 남자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망설임 없이 전화 걸어서 이러저러한 일이 있는데 어쩌면 좋겠냐고 징징거릴 남자 친구나, 하다못해 남자 사람친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집에 가야 하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서 운전을 못할 것 같고, 그 남자가 밖에서 기다리다가 쫓아와서 집을 알아내기라도 할까 봐 무서워서 파출소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파출소 의자에 앉아서 딸내미한테 전화 걸어서 무서워서 집에 못 가겠다고 말하며 큰소리로 울었다.
파출소에 모인 순경들이 내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으면 좋겠다. 내일부터는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겠다.
다행이다. 다음 달엔 이 동네를 영영 떠날 거니까.
이사할 것이 아니었다면 하마터면 지구를 떠나야 할 뻔했다.
*
감정을 정리하지 않으면 힘드니까 생각날 때 감정을 날리는 용도로 이야기의 흐름이나 전개를 계획하지 않고 막 쓴다. 쓰다보면 생각의 흐름과 다른 단어를 나열하기도 하고, 이야기가 아무렇게나 샛길로 빠지기도 한다. 이런 글을 누가 왜 읽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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