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1
작년 추석 연휴에 코로나에 걸려서 몹시 아팠다. 며칠은 딸과 함께 있어서 해열제를 먹고 버티다가 도무지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되어서 추석 연휴 끝에 결국 응급실에 갔다. 조금 더 견디면 119에 실려 가야 하거나 다음날 출근하기가 힘들어질 것 같아서 연휴 내내 버티다가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죽을힘을 다해서 응급실이 있는 병원까지 찾아갔다.
응급실에서 접수하고 대기하는 동안, 머리가 옆으로 쓰러질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대기 환자가 많아서 작은 의자에 앉아 그저 버텨야 했다. 작년 추석, 코로나에 걸렸을 때, 많이 아팠지만, 오래 참느라 큰 대가를 치렀다. 그때의 고통은 단순한 육체적 아픔이 아니라,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아프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은 끊임없는 사건의 연속 속에 놓인다. 그러나 올해는 그마저도 어려울 것이다. 응급실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정도의 고통조차도 스스로 견뎌야 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예전에는 급성장염으로 죽을 듯한 고통에 시달리면 응급실을 찾곤 했지만, 이제는 그 정도의 통증을 겪어도 응급실에 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 고통이 중증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응급실의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진정 응급실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상태의 환자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시스템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 그들의 결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때로는 그들의 특권을 내려놓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본연의 역할을 잊은 그들의 밥그릇을 통째로 뒤엎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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