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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3>

주말이 싫어요.

by 자 작 나 무 2003. 12. 20.
20대일 땐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못 자고 조금씩 말라 들어갔는데, 30대가 되고 나선 스트레스를 받으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미련하게 먹고 배부른 것도 잊고 또 먹는다. 지난주 체중계에 올라가 보니 이래선 안 되겠단 생각을 굳힐 만큼 체중이 늘었다. 입고 다니던 옷 중에 바지는 맞는 게 하나뿐이니 이대로 퍼지면 몹시 우울할 것 같아 짜증 날 때마다 음식을 먹는 나쁜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주말만 되면 괜히 더 심심하고 우울해지는 주말 우울증이 연말엔 더 심해지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다 연휴다 하면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는 걸 좋아하지도 않지만, 괜히 그런 모임들이 흔한 시기에 나는 어째 그런 모임 하나 갈 곳이 마땅찮은지..... 대학 동기들과 연락을 끊어버린 후론 더욱이 나가기 싫어도 참석할 자리 하나가 없는 셈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잠적한 지 벌써 8년째 접어들었다. 그 전엔 이전 직장동료나 대학 동기들과 가끔 연락도 주고받고 학교도 가끔 가보고 그랬는데..... 괜히 아침부터 울적하다. 친구가 데이트하러 간다는데 내가 왜 울적한지 모르겠다. 그냥 친구일 뿐인데..... 왜 이렇게 섭섭할까..... 난 주말인데 놀아도 갈 데도 오란데도 없다는 사실에 괜히 심통 나서 그런가 보다.
 
배아프다고 문자 보냈더니 약을 사 먹으란다. 에이 괘씸~~ 그래서 나도 데이트 하러 간다고 뻥치고 오늘 어디로 가볼까..... 생각해보니 별로 맘 내키는 데가 없다. 목욕탕이나 다녀와야겠다. 눈물이 나도 땀이랑 금세 씻을 수 있는 거기서 우울함과 눈물도 땀처럼 흘려버리고 와야겠다.
 
크리스마스엔 눈이 펑펑 내려서 데이트하는 많은 연인이 못 돌아다녔음 좋겠다. 속 쓰려서 어떻게 보나.... (왕 심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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