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8
어제까지 사흘 연이어 치킨, 돈가스 등 고기를 많이 먹었다. 오늘까지 올해 임용고시 원서 마감하는 날이다. 하필이면 이 동네엔 딸이 지원하는 과목에 한 명도 선발하지 않는 해여서, 며칠 마음이 복잡할 것 같은 딸에게 필요한 단백질 음식 섭취를 위해 일부러 식단을 계획 없이 고기, 고기, 고기로 이어갔다.
어찌 모든 것이 계획한 대로 뜻대로 되겠는가. 다른 지역 이야기도 더러 하다가 결국 차선의 선택을 밀고 나가기로 했다. 경쟁률이 높아서 결과가 좋지 않을 여지가 있어서 더 부담스러울 것 같다. 두 가지 결과를 두고, 되는 대로 그냥 살자고 쉽게 정리해서 말했다.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되면 되는 대로.
여러모로 생각이 많고 복잡할 수 있겠다. 좋은 쪽으로 반드시 결과가 이어지란 법은 없으니 그렇지 않을 경우에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지 한 번 생각하면 된다. 그다음 일은 그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너무 촘촘하게 많은 계획을 짜고 그대로 살 능력도 생각도 없다.
이번엔 어쩌다 보니 이렇게 굴렀으니 이대로 굴러가보는 거다. 사는데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흘러가는 길이 내 인생 아닌가. 딸은 아직 한창 젊으니까 올해 아니면 내년에 또 다른 기회가 있겠지. 나는 당분간 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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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고기, 고기로 점철된 사흘째 식사가 너무 과해서 몸이 무겁다. 마침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져서 오늘은 병원에도 다녀왔다. 어젯밤 늦게 치킨을 먹고 싶다는 딸의 바람대로 **마요 치킨을 먹은 뒤에 하루나 이틀 정도는 속을 비우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다섯 시간은 버텨야 24시간이 채워진다. 그렇다고 한밤중에 속을 채워서 좋을 건 없을 테니, 다음날 아침까진 이대로 속을 비운 상태로 지내야 한다.
조금 전에 노트북을 펼치기 전엔 계속 머릿속에서 '가지덮밥, 가지전, 가지튀김.....' 등등 가지요리가 종류대로 오락가락했다. 배고픈 상태에서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떠오르는 메뉴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닐까 싶어서 메모하려고 앉았다. 아, 나는 가지요리를 아주 좋아하는구나.
지금 이 순간 내게 최고의 음식은 가지덮밥.
가지를 구워서 준비하고, 양념장 만들어서 구운 가지에 끼얹어서 살짝 조린 것을 밥 위에 올려서 먹는 가지덮밥. 마늘, 파, 양파, 진간장, 굴소스, 고춧가루 약간, 알룰로스나 설탕 약간, 참기름, 깨. 내가 좋아하는 가지덮밥 재료는 이러하다. 한때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만든 가지덮밥 보다 고춧가루를 살짝 섞어서 만든 가지덮밥이 훨씬 맛있더라.
냉장고에 가지 몇 개 있어서 마음이 넉넉하다. 적어도 갑자기 밤늦게 생각이 변해서 밥 먹고 싶어지면, 마트에 달려가야 하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닭다리 정육을 사놓은 게 냉장고에서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감자, 당근은 넉넉한데 양파가 없어서 카레를 만들긴 어렵겠고...... 너무 늦기 전에 뭘로 둔갑시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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