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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맑은 날, 고복저수지

by 자 작 나 무 2024. 10. 17.

2024-10-17

 

시작은 조치원 이바돔 돈가스였으나~ 커피 한 잔 마시고 고복저수지 둘레길 산책까지 아주 구색이 잘 맞는 한때였다.

이바돔 돈가스가 먹고 싶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딸이 갑자기 방문을 열고 나온다. 눈이 동그래지더니 바로 출동 준비 시작. 머리 감고, 긴 머리카락 말리고, 화장하고, 옷 갈아입는 시간까지 최소한 1시간. 나는 머리 감지 않고 그냥 나갈 테니 너는 최대한 빨리 준비해 봐라~

 

밥만 먹고 바로 돌아오게 될 줄 알고 머리 감지 않고 밖에 나간 건 실수였다. 날씨가 좋아서 돈가스 맛있게 먹은 딸 기분이 마구 좋은 모양이다. 어쩐 일로 카페에 가자는데 잘 따라온다. 난 카페에 앉아서 노닥거리는 것보단 밥 먹고 나서 커피를 한 잔 빨리 마시고 싶었다.

여름 날씨라고 할 만큼 따뜻한 가을(?) 날이어서 우리는 카페 바깥 자리에 앉았다. 이 기분을 잘 살려서 사진 찍어준다는 핑계로 데크길 따라 좀 걷고 싶었다.

 

카페에 앉아서 찍기 시작한 사진부터 오늘 산책길에 딸내미 사진만 어언 300장 찍었다. 그중에 딸내미 마음에 드는 것은 몇 장 안 되겠지만, 그 정도 찍었으면 소위 말해서 건지는 사진도 있겠지. 나는 머릴 감지 않고 부스스한 꼴로 나온 탓에 사진사 노릇만 했다.

 

토종 수생식물 마름이 꽃처럼 가득 핀 저수지

내 부모는 너무 보수적이어서 나는 저 나이에 아주 날씬하게 말랐었는데도 짧은 치마 한 번 입어보지 못했다. 꼭 붙는 옷이나 짧은 치마는 금기에 속했다. 저 나이 때나 예쁠 옷이다. 

 

꼭 우리 동네 바닷가 데크길인듯 착각할 만큼, 맑은 날 저수지 둘레길 걷는 기분은 상쾌하다.

 

국번이 두 자리인 전화번호가 씐 간판처럼 오래된 동네 식당이 있다. 근처 넓은 자리에 번듯한 건물로 옮겼다. 다음에 매운탕 먹으러 한 번 나와야겠다.

 

함께 하고 나면 비었던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든다. 혼자 아무리 좋은 곳에 간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은들 채워지지 않는 허기는 함께 해서 채우는 거다.

 

맑은 날, 고복저수지는 아름답고 충만한 곳이다. 외국에서 온 낯선 여행객들과 오가며 인사를 나눴다. 서로 스쳐지나는 길에 내가 생긋 웃어보였더니 그들이 우리 말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나도 내 딸도 목소리 내어 큰소리로 인사했다. 앞서 지나간 어떤 사람은 싱긋이 웃기만 하더니 이들은 우리말 공부를 좀 했는지 우리말로 인사를 건네줘서 맑고 또랑또랑하게 "안녕하세요~~"를 외쳤다.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이웃과 함께, 전 인류와 함께..... 내 욕심은 크다. 함께하고, 함께 나누어서 더 커지는 기쁨을 살아있는 생명 모두와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란다. 오늘은 내 텅 빈 가슴을 잠시 채우고, 그 힘으로 남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길 바란다. 그렇게 우리 모두 함께 그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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