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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오늘 사진

by 자 작 나 무 2024. 11. 6.

2024-11-06

오후 늦게 도서관에 가서 오랜만에 그림책을 봤다. 말 그대로 화가가 그린 그림을 대형 책에 실은 그림이 그득한 책을 펼쳐놓은 코너가 이 도서관에 있다. 일상에서 보는 많은 것을 시시콜콜하게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상에서 지나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붙들어 간혹 글로 옮기는 것처럼 어떤 화가는 정말 많은 것을 시시콜콜하게 그려서 사람 냄새가 나서 좋다.

 

새로 나온 책 코너에서 한 권 고르고, 전에 빌려갔던 책 두 권을 반납하고 나오다가 도서관 앞에 몇 장 남지 않은 잎을 겨우 붙들고 있는 나무 한그루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해지면 어디론가 사라지는 새들이 소나무 높은 가지 위에 종알종알 앉아서 지저귄다. 도서관 앞 호수공원까지 내려가진 않고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밝은 기운이 다 사라지기 전에 걸음을 옮겼다.

 

 

분명히 살 게 있었는데, 꼭 사가야 할 게 있었는데 한 가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딸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었는데, 딸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커다란 곰인형 앞에 서서 짙은 눈썹을 보고 갑자기 그 사람 생각이 나서 웃었다. 그 짙은 눈썹을 살살 만져보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 타고나기를 워낙 눈썹 숱이 적고 옅어서 화장이 지워지면 눈썹이 희미해진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눈썹이 가지런하게 짙은 사람에게 어쩐지 눈길이 간다. 

 

문득 그 생각이 나서 혼자 싱긋 웃다가 돌아섰다. 전화를 할 수도 없고, 찾아갈 수도 없다. 그냥 종종 이렇게 떠오르는 날 가끔 생각하다가 어느 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잊히겠지. 잔잔한 그리움 한 조각 내 몸 어딘가에서 빠져나가서 눈썹까지 가닿지는 못하고 곰인형 콧잔등에 슬쩍 닿았다. 어색한 눈빛으로 부끄럽게 웃었던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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